[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보령의 대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의 제네릭(복제약)들이 급여 등재를 마치고 시장 진입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시장 구도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약가 인하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보령이 매출 감소 압박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보령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정'. [사진=보령 제공]](https://image.inews24.com/v1/8d9d18c5c16f9f.jpg)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4일 '약제 급여 목록 및 상한금액표'를 개정해 카나브 단일제 약가를 30%, 복합제인 '듀카브'를 21%, '카나브플러스'를 47% 인하하겠다고 고시했다. 이번 약가 인하는 카나브의 주성분 피마사르탄의 물질특허가 2023년 2월 만료된 데 따른 조치다.
카나브는 2010년 보령이 개발한 국내 최초 고혈압 치료제이자 15번째 국산 신약이다. 2020년 말에는 고혈압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성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단백뇨 감소 효능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지난해 카나브 계열 제품은 1509억원 매출을 기록해 보령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했고, 올해 1분기에도 비중이 16%로 늘었다.
카나브 제네릭은 올해 5월 급여 등재를 마치고 이달부터 시장 진입이 예고됐다. 대표적으로 동국제약의 '피마모노정', 대웅바이오의 '카나덴정', 알리코제약의 '알카나정', 한국휴텍스제약의 '휴나브정' 등이 출시 준비를 마쳤다. 다만 실제 판매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보령은 카나브가 보유한 단백뇨 감소 효능 관련 용도특허(2026년 1월 만료)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근거로 일부 제네릭이 해당 적응증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제네릭사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허가사항에 적응증 제외 문구를 추가하는 방식의 허가 변경을 준비 중이다. 앞서 특허심판원은 제네릭사들의 권리범위 확인심판에서 일부 손을 들어줬지만, 본안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약 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신약의 특허 기간이 종료되면 제네릭이 등장해 오리지널 약가가 인하되고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분산된다. 이번 상황도 예외는 아니며, 제네릭이 본격 판매를 시작하면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릭사 관계자는 "법원이 공정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출시 계획은 변함없지만,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령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정'. [사진=보령 제공]](https://image.inews24.com/v1/6591378bc9134e.jpg)
보령은 이번 특허 분쟁과는 별도로 약가 인하의 효력을 정지하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해 약가 인하 시행은 내달 31일까지 중단됐다. 이 조치는 카나브 약가에만 적용되며, 제네릭의 판매 자체를 제한하는 효력은 없다.
업계는 이번 사안이 국내 신약 개발 동력과 약가 제도 운영의 균형을 가늠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약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제약사들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연구개발 투자 회수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권리 보호를 호소하는 반면, 제네릭 출시가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가 제도의 균형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동일 성분 의약품의 일괄 약가 인하는 가장 강력한 가격 인하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며 "이는 국민 재정 부담을 줄이고 내수 중심 매출 구조를 가진 국내 제약사의 체질 변화를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강 교수는 "각 기업의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영업방식을 고려하면 약가 인하 정책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정부가 실증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약가 인하 대상과 비대상 약물이 혼재돼 있고 인하 비율도 달라 기업마다 받는 영향이 다른 만큼, 이를 반영한 정책 설계와 집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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