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한국은행이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허용할 땐 유관기관의 만장일치 인가 절차를 요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와 여당의 입법 논의가 은행 외에도 발행을 허용하는 쪽으로 흐르자 진입 자체를 막기보다는 진입 장벽을 높이는 대안으로 방향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de9bdf8d94d5b.jpg)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단계에서 한은을 포함하는 유관기관 간 합의 기반 독립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은은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명시된 '스테이블코인 인증심사위원회(SCRC)'를 모델로 제시했다.
SCRC는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다. 신규 스테이블코인 발행 여부를 심사·인증하며 특히 비금융 상장사가 발행할 경우엔 '만장일치' 의결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은은 자본·외환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미국에서도 기존 금융 질서를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로 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점을 강조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를 기초 자산으로 발행되는 디지털 화폐다. 원화 가치에 1대 1 연동시키는 구조로, 발행되면 법정 통화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도입을 공약을 내걸면서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은은 논의가 본격화한 초창기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이 아닌 통화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들어 한은이 발행과 감독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주요 은행장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만장일치 인가 제도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애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반 예금토큰이 스테이블코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이후 '은행 중심 발행 우선' 쪽으로 한 발 물러섰다. 최근에는 비은행 진입을 전면 차단하기 어렵다는 기류 속에 인가단계의 제도 보완책을 추가 제안하며 한 번 더 물러선 모양새다.
이 총재는 지난 1일 외신 인터뷰에서 "새로운 수요가 등장하면서 계획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은은 세 가지 논리를 들어 스테이블코인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다. 우선 무분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시중 유동성 팽창으로 이어져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발행업자의 신용 리스크나 준비자산 운용 실패로 '코인런'이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은의 공적 화폐 주조 차익이 민간으로 이전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된다. 통화 당국으로서의 한은의 상징적 입지와 공적뿐만 아니라 경제적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당분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제화 단계에서 충분한 안전장치 마련이 우선"이라는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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