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위례신도시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최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가계약금 등을 납부했다. 토지거래허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려 지난달 27일 늦은 오후 가까스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매매계약서를 쓸 수 있었다.
이날은 6·27대책(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일이어서 6억원 대출 제한에서 제외됐다. A씨는 아이뉴스24와 전화통화에서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토지거래허가가 나오면 최대한 빨리 계약서 쓰기로 했다"며 "토지거래허가 신청서 접수 당시 27일엔 토지거래허가가 나온다고 해서 이날 낮에 계약서를 준비해 놓고 허가 내용 확인하고 전자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A씨처럼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후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부 매수자들이 매매계약서상 특약사항으로 '토지거래허가 불허 시 계약을 무효화한다'는 내용을 넣어 계약을 맺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며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자 매매계약서를 먼저 작성하며 매수자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에 서울시가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고 계약서를 쓰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자치구 등에 계약절차 상 원칙을 준수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구청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 관련 내용을 특약사항에 넣어 작성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어 한동안 그런 식으로 매매계약서 작성이 가능하다고 안내를 했는데, 서울시에서 지난달 그런 방식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관련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제는 토지거래허가를 받고 계약서를 작성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1년 대법원 판례는 토지거래허가를 전제조건으로 한 계약에 대해 허가를 받았을 때 유효한 계약이 된다고 돼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를 받기까지 접수일로부터 통상 15일 정도 소요된다. 인터넷 등으로 본인 또는 대리인이 신청가능하며 시장·군수·구청장이 업무 협의와 현장 조사 등을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실제 매매계약을 해보면 토지거래허가가 보통은 2주 정도 걸리는데, 거의 한 달 가까이 걸릴 때도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가 나오지 않으면 이 계약은 취소된다'라는 특약사항을 기재하고 토지거래허가를 받기 전에 매매계약서를 쓰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매물을 잡아두기 위해 매수자 입장에서는 계약서를 쓰려고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이 퍼지게 된 건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가 지난 3월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2200개 단지 약 40만가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재지정하는 등 갈팡질팡 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6·27대책(가계부채 관리 방안) 전에는 아파트값 상승세가 확산하면서 매도자들이 한동안 계약금액을 계속 올리려 했고, 매수자들은 가계약금만이 아니라 정식 계약서를 작성을 통해 매물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첫 대책을 발표한 후에도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 폭이 둔화되는 양상이긴 하지만 오름세 자체가 크게 꺾이진 않은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5주(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4% 상승해 전 주(0.43%)보다 상승 폭이 축소됐다. 송파구는 한 주새 0.75% 올라 전 주(0.88%)보다 0.13%포인트(p) 축소됐다. 강남구와 서초구도 0.73%, 0.65% 올라 같은 기간 오름폭이 0.11%p, 0.12%p 줄었다. 용산구는 0.58% 상승해 0.16%p 축소됐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토허구역에 해당되는 자치구에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라 원칙대로 계약서를 작성하라고 안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 같은 업무지시가 가격등락이나 수요 등 시장 영향 측면에서 어떤 실효적 의미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행정적으로 유의미한 것일 뿐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한편 부동산거래신고법 26조에 따르면 허가구역 내 토지거래에 대한 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하거나,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토지거래계약 허가를 받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 체결 당시 개별공시지가 기준으로 해당 토지가격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