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실질적인 구제 없이 피해자들에게 희생만 강요한 결정이다. 중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서울회생법원 티몬 회생계획안 강제인가 결정 직후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 입점 판매자와 소비자로 구성된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입장문 중 일부다. 이들은 낮은 채권변제율과 소비자 피해를 거론하며 강력한 조사와 구제 방안 마련 등을 주장한다. 투자자를 비롯한 소비자들, 업계 전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유통기업들이 잇따라 회생을 선택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제 불황, 업황 부진 등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도덕적 해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무너진 소비자 신뢰를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가 향후 업계 실적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티몬의 경우 오아시스마켓이 인수하는 회생계획안을 법원이 강제 인가했지만, 소비자들의 피해 회복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돌려받지 못한 돈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변제율은 0.75%에 불과하다. 여기에 셀러, 협력사까지 이커머스 생태계에 걸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원의 강제 인가 결정은 뒤이어 기업회생에 돌입한 홈플러스와 발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을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온 두 기업이 티몬과 같은 방식으로 인가 전 M&A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변제율이 낮더라도 전례처럼 강제 인가 결정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법원 입장에서도 청산 시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신뢰도 역시 추락한 상황이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 시장은 티메프 사태 이후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지난 5월 총거래액은 22조48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규모만 보면 같은 달 기준 최대지만, 증가율은 통계 작성 이후 모든 달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 성장세가 가파르던 e쿠폰 서비스 거래가 반토막 나면서다.
이런 가운데 외식·패션 등 유통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디올, 티파니앤코, 까르띠에 등 명품 브랜드 온라인몰에서 고객 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예스24, 머스트잇 등 소비와 직결된 플랫폼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M&A를 추진 중인 기업들이 사업 정상화 가능성을 입증하고, 정보 유출에 대한 사후 방안을 마련하는 등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진단한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이는 산업 전체에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오아시스마켓은 티몬의 정상화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업계 최저 수준의 판매 수수료를 적용하고, 구매 확정 후 다음 날 바로 대금을 지급하는 '익일 정산 시스템' 도입도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회생을 통해 기업이 살아난다고 해도 이용자가 없으면 의미가 없는 일"이라며 "설득력 있는 정상화 방안 등 소비자 신뢰 회복에 실질적인 변화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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