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장롱 속 잠자는 옷 백화점에 판다"⋯'리커머스' 서비스 [써보니]


롯데·현대百, 중고제품 등록 후 집 앞에 내놓으면 포인트로 교환
동일 제품도 판매액 달라⋯'실속형 소비'에 리커머스 시장 확대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회원이면 누구나 보관만 하던 옷, 간편하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백화점 리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옷에 달린 한글 라벨. [사진=진광찬 기자]
백화점 리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옷에 달린 한글 라벨. [사진=진광찬 기자]

롯데백화점 모바일 앱을 통해 '그린 리워드 서비스' 페이지에 접속하니 이 같은 문구가 나왔다. 중고 패션 제품을 포인트로 교환해준다는 것이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옷장에서 잘 꺼내지 않던 한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자켓의 라벨을 확인하고, 제조 연도를 입력했다. 제품을 등록하니 받을 수 있는 예상 포인트로 3만2000원이 나왔다.

판매 신청을 누르면 '포인트 금액이 변경될 수 있다'는 안내문과 함께 제품을 수거할 주소를 입력할 수 있다. 이후 택배사가 방문해 제품을 가져가고, 오염·손상 여부 등을 기준으로 정밀 검수를 거쳐 최종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수거한 제품은 세탁·정비 과정 이후 중고 시장에서 재판매된다.

백화점 리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옷에 달린 한글 라벨. [사진=진광찬 기자]
롯데백화점 그린 리워드 서비스에 한 자켓 정보를 올리자 산출된 예상 포인트 환급액. [사진=롯데백화점 그린 리워드 서비스 페이지 갈무리]

13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중고 제품을 거래하는 '리커머스'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개인 간 거래 중심으로 이뤄지던 패션 중고 거래가 대형 유통채널의 서비스로 확대되면서다. 온라인 플랫폼부터 고급화를 경쟁력으로 삼는 백화점까지 러커머스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11일부터 그린 리워드 서비스를 정식 도입했다. 총 151개에 달하는 다양한 패션 브랜드 제품이 참여 대상이다. 보상은 최소 5000원부터 최대 28만원 상당의 엘포인트(L.POINT)로 지급된다. 해외 브랜드 아우터 등 고가 품목일수록 높은 보상 금액이 책정된다.

현대백화점도 중고 패션 보상 프로그램 바이백 서비스를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고객이 보유한 패션 상품을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 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H포인트로 지급한다. 취급 브랜드는 현대백화점과 더현대닷컴에 입점해 있는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130여개다.

두 백화점 각각의 서비스를 이용해보니 리세일 전문 기업 '마들렌메모리'과 협업한다는 점에서 진행 방식이 매우 유사했다.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템포러리부터 스포츠, 디자이너 브랜드 등 취급하는 브랜드도 엇비슷했다.

단 공통적으로 2019년 이후 출시된 국내 공식 유통사 제품으로 한글 케어라벨이 붙어 있어야 한다. 찢어짐·색바램 등 훼손된 제품은 판매할 수 없다. 정장, 신발, 가방, 수영복, 모자, 잡화류 등도 취급하지 않는다.

같은 제품이라도 예상 포인트 환급액이 다르기도 했다. 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반팔티를 판매하려 등록하니 A 백화점에서는 포인트 2만3000원이 나왔지만, B 백화점에서는 2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백화점 리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옷에 달린 한글 라벨. [사진=진광찬 기자]
현대백화점 바이백 서비스 적립 포인트 예시. [사진=현대백화점 바이백 서비스 갈무리]

패션 리커머스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중고 거래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한정판이나 인기 제품을 소유하기 위한 '리셀'이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제품을 실제 입고 다니기 위한 실용적 소비가 떠오른 것이다. 패션 제품을 생산·폐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이슈도 리커머스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5월부터 2개월 동안 바이백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결과, 1000여명의 고객이 참여했는데, 2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바이백으로 받은 H포인트를 활용해 동일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경우도 전체 매입 건수의 45%를 기록했다.

무신사도 조만간 중고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백화점보다 비교적 연령층이 어리고, 15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무신사가 이용자를 확보하면 국내 리커머스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소비가 구매 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불황형 소비가 견고해지고 있다는 점도 리커머스 시장을 키우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장롱 속 잠자는 옷 백화점에 판다"⋯'리커머스' 서비스 [써보니]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