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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기술이전 벌써 12조원"⋯K바이오 새역사 쓴다


에이비엘·알테오젠, 플랫폼 기술 앞세워 대형 계약 체결
빅파마, 검증된 기술 도입 확대⋯올 20조원 돌파 기대감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이전 규모가 12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 기반의 대형 계약과 신흥 바이오텍의 활약이 업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계약 성사 관련 이미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계약 성사 관련 이미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1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이전 규모는 87억6000만 달러(약 12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기술이전 총액 47억1300만 달러(약 6조4000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하반기에 추가 계약이 이뤄지면 역대 최대였던 2021년 115억7400만 달러(약 15조7000억원)를 넘어 20조원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신약 개발 플랫폼이 활약…"전임상 등 초기 투자보다 기술이전이 더 효율적"

이 같은 성과는 기존의 신약 파이프라인 수출을 넘어 신약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수출이 주도했다. 대규모 기술이전 9건 중 3건이 플랫폼 기반이었다. 가장 큰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은 에이비엘바이오와 알테오젠 간 체결한 건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와 4조원 규모로 뇌혈관장벽(BBB) 전달 플랫폼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받은 계약금과 마일스톤(기술료)은 1480억원 규모다.

BBB는 유해 물질이 뇌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는 큰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그랩바디-B는 BBB를 통과하기 어려운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 기술은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용체(IGF1R)를 통해 약물이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해 뇌로 전달되도록 한다. 부작용 없이 약물의 뇌 투과율을 높이는 세계 최초 기술로,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알테오젠은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 'ALT-B4'를 아스트라제네카 자회사 메드이뮨에 2조원 규모로 수출했다. ALT-B4는 정맥주사(IV) 치료제를 환자 자가 투여 가능한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플랫폼이다. 현재 미국 제약사 머크(MSD)는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ALT-B4 플랫폼을 적용한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 SC' 품목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정맥주사는 약물을 정맥에 직접 투여해 빠른 약효가 나타나지만, 병원 내 전문의 처치가 필요하다. 반면 피하주사는 피부 아래에 주사해 자가 투여가 가능하며, 투여 시간이 짧고 병원 방문 없이 치료할 수 있어 환자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다. 특히 만성질환이나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반복적인 병원 내 정맥주사보다 시간·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알테오젠은 일본 다이이찌산쿄와도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를 SC 제형으로 개발하는 독점 계약을 체결했으며 화이자, 애브비 등 빅파마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계약 성사 관련 이미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한 연구원이 연구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이는 빅파마들의 기술 수요 증가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특허 만료로 인한 파이프라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빅파마들이 임상 단계 기술을 외부에서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가 전임상 등 초기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보다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지불하고 받는 것이 비용 측면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흥 바이오텍들도 하반기 기술이전 기대감

하반기에는 신흥 바이오텍들의 기술수출 성과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에이비온은 지난달 항체 플랫폼 'ABN501'을 기반으로 설계한 항체 5종을 총 1조8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공시했다. 계약 상대방은 비공개이지만, 계약 규모가 큰 만큼 빅파마일 가능성이 높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신약 개발 플랫폼 '콘쥬올'의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이미 빅파마들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콘쥬올과 다수의 후보물질을 묶어 ADC 플랫폼을 포함한 패키지 형태로 '빅딜'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 리가켐바이오의 기술이전 누적 규모는 9조원을 초과했다. 회사 관계자는 "패키지 방식의 빅딜을 통해 기존보다 훨씬 큰 규모의 기술이전을 추진할 것"이라며 "2027년까지 20개 파이프라인을 신속히 확보해 기술이전 매출을 늘리고, 이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압타바이오도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림 바이오USA에 참가해 파이프라인 관련 25건의 미팅을 진행했다. 특히 임상 1상 단계에 있는 항암제 파이프라인 'Apta-16'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Apta-16은 2021년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의약품(ODD)로 지정받은 바 있다. ODD 지정 시 7년간 시장 독점권, FDA 심사 비용 면제, 임상시험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압타바이오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파트너링 미팅이 이뤄졌고, 후속 협업에 대한 초기 검토도 진행됐다"며 "구체적인 기술이전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으며,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해 다양한 협력 방식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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