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LG AI연구원이 인공지능(AI) 강국 미국, 중국에 이어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을 공개했다.
추론형 AI 모델 '엑사원 딥'을 공개한 후 약 4개월 만에 대규모 언어모델(LLM)까지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AI 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 초반부터 육성해 온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처한 사업적 난제(難題) 해결에도 LG AI연구원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의사 필기시험'도 통과한 '5살' 엑사원
15일 LG AI연구원에 따르면, 엑사원 4.0은 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 비교에서 △지식수준과 문제해결 능력 92.3점 △코딩 능력 66.7점 △과학문제 해결능력 75.4점 △수학문제 해결능력 85.3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중국, 프랑스의 대표 오픈 웨이트 모델을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는 게 LG AI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세계적인 AI 기술 리딩기업인 중국 알리바바(큐원), 미국 앤스로픽(클로드)과 비슷한 시기에 하이브리드 AI 모델을 발표한 점도 주목된다.
최근 AI는 대규모 언어모델에서 추론형으로, 다시 언어와 추론을 함께 동작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챗GPT'를 운영하는 미국 오픈AI도 최근 차세대 'GPT-5'를 하이브리드 AI 모델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 AI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32B(매개변수 320억 개) 크기의 전문가 모델과 1.2B(매개변수 12억 개) 크기의 '온디바이스 모델'의 성능도 눈길을 끈다.
전문가 모델인 32B 모델이 의사, 치과의사, 한약사, 관세사, 감정평가사, 손해사정사 등 6가지 국가 공인 전문 자격증 필기시험을 통과하면서다.
엑사원 1.0이 지난 2021년 처음 공개됐던 것을 고려하면 5년만에 의사 필기시험에 합격할 정도의 지식, 추론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4.0이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답변이 가능해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래 보고 AI 뚝심 투자
구광모 회장은 기업의 미래 생존이 AI에 달려 있다고 보고 지난 2020년 12월 LG AI연구원 설립부터 직접 챙겼다.
LG AI연구원 설립 후 3년 간 2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고, AI 인재들이 LG에 머물며 연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LG AI연구원의 최고AI과학자(CSAI)로 5년째 일하고 있는 이홍락 미시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가 선정한 세계 10대 AI 연구자로, 구 회장이 직접 영입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탐내는 'AI 석학'이 오래 머물며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한 덕분이다.
그룹 차원의 지원은 최근 성과의 바탕이 됐다. LG AI연구원은 지난 2021년 '엑사원 1.0'을 처음 내놨고, 2023년 '엑사원 2.0'을 선보였다. 엑사원 1.0에서 2.0을 내놓기까지 약 3년이 걸렸지만, 지난해부턴 기술 발전에 가속도가 붙었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8월 '엑사원 3.0'을 발표하고 12월에 '엑사원 3.5'를 연달아 발표했다. 올해에는 추론형 AI 모델 '엑사원 딥'을 지난 3월 출시했다. 이번에 선보인 엑사원 4.0은 약 4개월만에 공개됐다.
그룹 주력 사업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 모델 연구에도 한창이다. 전자, 화학, 화장품, 바이오, 통신 분야에 필요한 AI를 도맡아 개발하는 것이다.
전자 제품 내부의 인쇄회로기판(PCB)을 전문가가 설계할 땐 16시간이 걸리지만, AI를 활용하면 6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AI 비전검사를 도입해 전자 부품 양산 시 검사원 투입을 90% 이상 줄이기도 했다.
기능성 화장품의 핵심 성분의 개발 기간을 기존 1년10개월에서 하루로 단축 가능한 AI 모델도 개발했다. 합성 구조를 선별하고, 랩 스케일(Lab scle) 합성 후 물성 시험을 수없이 반복하는 기존 소재 개발 방식을 '엑사원 디스커버리'로 압축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AI로 제조 효율을 높였을 때, 막대한 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이 과정에서 업무 자동화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전략·컨설팅기업 맥킨지는 기업들이 제조 분야에 AI를 도입할 경우 세계적으로 연간 4조4000억 달러(약 6063조원)의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맥킨지는 또 AI 도입으로 제조업 생산성이 개선되면, 오는 2030~2060년 사이에 모든 업무의 절반이 자동화될 수 있다고 봤다.

LG AI연구원, 22일 향후 계획 발표
LG AI연구원은 오는 2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AI 토크콘서트 2025'를 열고 최근 기술 연구 개발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한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이재명 정부의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되며 공석이 된 리더십을 누가 채울 지도 주목된다.
다만 후임 인선은 아직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 AI연구원은 엑사원 4.0을 연구 및 학술, 교육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오픈소스 AI 플랫폼인 허깅 페이스에 오픈 웨이트 모델로 공개했다.
이진식 LG AI연구원 엑사원랩장은 “엑사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프론티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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