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이 전 세계 경제와 정치를 혼란에 빠뜨린 가운데, 일본 산업계와 금융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사진=AFP/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b0debfd929f2f.jpg)
지난 17일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은 미국과의 첫 번째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르지 못했다"며 "양국이 타협점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과 금융 시장은 협상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을 방문한 일본 측 관세 협상 수석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 등 일본 대표단과 면담했다. 이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 면담에 이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본협상을 진행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모든 면담을 마친 뒤 "미국 관세 조치가 지극히 유감이라는 점을 표명하고, 관세가 일본 산업·미일 양국 투자·고용 확대 등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 뒤 관세 정책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사진=AFP/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988f585f3c71c.jpg)
그러나, 일본 산업계는 이번 협상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 대형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과거 미일 무역마찰처럼 단순한 양자 구도가 아니"라며 "쉽게 해결될 사인이 아닌 만큼,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 역시 현재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산 강재의 대미 수출량은 제한적이지만, 미국 수출액 1위를 차지하는 자동차 부문에 고율 관세가 적용되면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철강사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이 줄어들면 실적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기업의 자체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토로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사진=AFP/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c9c3f364aa6875.jpg)
환율 문제 또한 불안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번 협상에서는 정식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엔저-달러 강세 구도를 문제 삼고 있는 만큼, 언제든 관련 시정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부 일본 물류업계에서는 미국향 수출 물량이 줄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형 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달러당 120~130엔 수준까지 엔고·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수출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기업도 생길 수 있다"며 "트럼프 관세처럼 예측 불가능한 조치가 반복된다면, 기업들도 더 이상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토 유지로 노무라증권 수석 환율 전략가도 "엔고가 심화하면 수출기업과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난해 여름 1달러당 140엔 수준의 환율 때보다 더 클 수 있다"며 "관세 인상이 실물 경제에 어떤 충격을 줄지가 향후 주요 관전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사진=AFP/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e9e2e00ee7054e.jpg)
일각에서는 현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편의점 체인 로손의 다케마스 사다노부 사장은 "(미국을 대하는 일본의 외교 방식이) 전형적인 일본식, 조공 스타일 같다"고 꼬집으며, "우왕좌왕하지 말고 중심을 잡고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미국의 관세 산정 방식은 저명한 경제학자들조차 비판하고 있다"며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것을 전제로 국익을 다투는 외교를 벌이는 건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왜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냐"며 불만을 표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사진=AFP/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939e152aeb5baf.jpg)
한편, 미국은 철강과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일본을 대상으로 한 24%의 상호관세까지 발효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명하며 예외 적용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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