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희 기자] 금융투자업계에서 지난 15일 공포된 상법 개정안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책임 경영과 주주 보호를 평가하면서도 과도한 소액주주 보호로 지배구조 혼란과 신용등급 하락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를 유예 기간 없이 시행하면서 기업 경영에 혼란을 불러오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4889f2d82ad57.jpg)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됨에 따라 구조 개편, 배당, 의결권 행사에 따른 주가 하락이 회사 손실로 간주해 주주의 직접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소액주주가 추천한 이사는 독립성은 있으나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고, 이들이 갑자기 이사회에 합류하면 기존 장기 사업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주주 권익 강화는 기업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에 부정적 시각이 많아 유상증자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식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는 것을 전제로,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은 중요한 순기능이라며 금융시장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업평가도 개정안의 파급 효과와 관련해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소액주주 반발로 유상증자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기업이 신종자본증권 등 대체 자본에 의존하게 되고, 자본의 질 저하와 상환 부담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주환원 확대에 따른 차입금 상환 재원 축소는 채권자로선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재무 여력을 넘어선 급격한 주주환원 확대는 신용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도 "배당 확대는 레버리지 지표 악화로 재무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활동”이라고 꼬집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기업 재무 전략에 제약이 될 것으로 지목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자사주 매입은 자기자본 감소로 신용도에 부정적이며, 소각 후에는 자사주 활용에 따른 재무 유연성이 감소한다"고 했다. 실제 경영권 분쟁 중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를 단행한 고려아연은 이로 인한 차입금 증가로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는 계열사 지원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명확한 명분과 정당성이 요구돼, 실적 부진이나 비핵심 사업 계열사에 지원 의지가 약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증권은 이번 상법 개정의 핵심 취지가 지배주주와 기타 이해관계자 간 이해 충돌 완화에 있다고 평가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현금 유출 증가로 재무 부담과 부채비율 상승이 우려되고, 이에 따른 '제로섬 효과'로 채권자의 권리가 희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본구조 변화가 채권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면 시장은 신용평가사의 등급 조정이나 재무 비율 준수 약정 강화 등 견제 장치를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민희 기자(minim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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