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경제를 강하게 통제·운영하는 형태를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라고 한다. 조금은 생소한 이 단어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심에 섰다. 서구 자본주의에 익숙한 우리에겐 충격이다. 전 세계가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무역 시스템이 먼저 달라졌다. 거래의 기준이 뭔지는 쉽게 알 수 없다. 어느 순간 '합의했다'는 악수 세러머니만 보인다. 문서는 제대로 없다.
국가자본주의는 주요 산업과 자본을 정부가 소유해 직접 관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국가가 전략산업을 국유화하고, 경제계획을 통해 주도하는 형태란다. 트럼프는 미국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했다. US스틸을 인수한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에 황금주를 줬다. 그는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테일러 반도체 공장 건설에 47억 5000만달러 보조금을 주는 대신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TSMC도 비슷한 거래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식 국가자본주의로 나아가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월 11일(현지시간) 2기 트럼프가 보여준 일련의 조치와 정책을 분석한 기사에서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트럼프의 문제의식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적법절차 원칙에 기반한 시스템이 '민주주의의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시각에서 출발한다고 짚었다. 사기업의 결정을 국가가 이끄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혼합 형태라고도 해석했다.
중국식 사회주의를 닮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공산당에 기반한 사회주의에서 시장 경제를 취한 중국과, 자본주의에서 국가 기반 산업을 국유화해 강하게 통제하려는 미국은 초록동색(草綠同色)이라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인다. 그동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계에서 쌓인 축적된 실험이 이제 한 단계 나아가 좌우로 한 발씩 내디디며 균형을 맞춰가는 건지도 모른다.
이견도 적지 않다. 뭐라고 포장해도 현실적으론 견제와 균형을 부정하는 일방주의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행보로 유명하다. 중앙은행의 독립성마저 인정하지 않는 듯한 행보엔 전 세계가 당황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건, 정치권력이 경제권력과 입법권력을 압도해 일방으로 흐르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그저 포퓰리즘의 파생상품일 수도 있다.
중국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 당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중도 퇴장 사건이다. 주요 정치 세력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상징적인 인물이, 시진핑(태자당) 3기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사실상 축출됐다. 이전엔 상하이방을 포함한 세 세력의 합의로 지도부를 꾸려왔다. 공청단이 사실상 축출되면서 덩샤오핑 이후 유지하던 국가주석 연임 불문율도 깨졌다. 시진핑은 그렇게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3기 집권에 성공했다.
시진핑이 오랜 전통인 암묵적인 합의를 깨고 재집권하면서 정치권력이 대폭 강해졌다고 평가한다. 최근 트럼프의 행보가 점점 과격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있다. 두 나라 모두 강력한 정치권력에 기대 속도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3기 시진핑의 임기는 2028년 3월로 예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2029년 1월 20일이다.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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