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1년 6개월 유예 후 200% 의약품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지 석 달 만에 이를 번복하고, 10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관세 방식과 일정이 명확하지 않으나, 국산 의약품이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투자자들이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e63500649d6279.jpg)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조만간 수입산 의약품에 대해 관세율 100%를 부과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초 수입 의약품에 1년 6개월 유예 후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지 약 3개월 만에 내린 번복 조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에 의약품 공장을 짓지 않으면 10월 1일부터 모든 해외 브랜드 의약품과 특허가 적용된 의약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시차를 고려하면 관세 부과 시점은 얼마 남지 않았다.
유럽, 일본 등과 같이 미국과 관세 합의를 마친 국가는 최혜국 대우 원칙에 따라 15% 관세가 적용되지만, 한국은 아직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미국 내 공장을 건설했거나 착공 중인 기업은 관세가 면제돼, 현지 생산 기반을 둔 기업은 관세 여파에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부과 방식은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은 HS 코드로 관세를 관리하지만, 이 코드만으로는 브랜드 의약품, 특허 의약품, 개량신약, 바이오베터, 제네릭, 바이오시밀러를 구분하기 어렵다. HS 코드는 의약품 외에도 농산물, 화학제품, 기계장비, 전자제품 등 수천여 개 품목을 포괄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 공장을 둔 해외 기업을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확인해 관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을지도 불명확해, 업계는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시행되더라도 초기에는 FDA 등록 의약품 위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상 국가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무역확장법에 따라 수입산에 대한 국가안보 영향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세부 계획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관세 대상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제약협회(PhRMA)는 한국을 자국 의약품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국가로 지목하며, 미 정부에 협상을 통해 약값을 개선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요구해온 바 있다. PhRMA가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한국 시장 진입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자국의 신약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담겼다. PhRMA는 화이자·머크·암젠 등 글로벌 빅파마 다수가 참여한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로비 단체로, 미국 의약품 정책과 약가 협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에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대웅제약,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수출 기업과 긴급간담회를 열고 수출국 다변화 전략을 논의했다. 한국 의약품의 미국 수출 비중은 20% 가량으로, 관세로 인해 수출 가격이 오르면 국내 약값에도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외 거점 구축 △마케팅 비용 △운송·부대비용 △오픈이노베이션 확대 등 수출 특화 지원 예산을 내년도 정부안에 반영해 349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수입 목재 관세 부과 계획도 당초보다 14일 지연돼, 의약품도 다소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세부 품목, 일정, 국가별 적용 여부 등이 포함된 포고문이 곧 확정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인터뷰에서 고관세를 즉시 적용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만큼, 의약품도 100% 관세를 처음부터 일괄 부과하지 않고 일정 기간 유예 후 점진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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