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파견된 검사들이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하게 해달라"는 집단 성명을 내면서 특검팀이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특검팀은 수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수사 종결 이후 공소유지 문제가 최대 난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7월 2일 출범한 김건희 특검팀 현판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25.7.2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c16edd7b04552.jpg)
"수사-기소 분리라며 검찰청 폐지…특검은 '수사·기소' 혼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은 30일 오전 민중기 특별검사에게 입장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파견기간 동안 사회적 현안 사건 수사에 매진하여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일념으로 불철주야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 하에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어 검찰청이 해체되고, 검사의 중대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 기능이 상실되었으며, 수사검사의 공소유지 원칙적 금지 지침 등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모순되게 파견 검사들이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파견 검사들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직접 언론 공보를 통해 '그간의 특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중대범죄 수사에 있어서 검사들의 역할'과 '검사의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해달라고 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파견 검사들이 일선으로 복귀해 폭증하고 있는 민생사건 미제 처리에 동참할 수 있도록 복귀조치를 해달라"고 아울러 요청했다.
파견검사 성명, 사실상 검찰청 폐지 반발
파견 검사들의 요청은 범죄 수사에 대한 검찰의 역할과 수사 및 기소 수행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특검이 직접 공표해달라는 데 방점이 찍혔다. 지난 26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청 폐지법안(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반박하는 주장이다. 검찰청 폐지법안은 검찰의 수사기능을 없애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이 전담하고, 공소청으로 하여금 기소만 담당하게 한다는 게 골자다. 공소청에 보완수사요구권 내지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와 학계의 대체적 입장이지만, 법안을 추진한 여당 강경파는 보완수사요구권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파견 검사들의 '집단 항명'으로 비쳐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김형근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파견 검사들이 지금 복귀하겠다는 게 아니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복귀하겠다는 취지다. 수사에 차질이 생길 거라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그러나 지휘부를 비롯한 특검팀 내부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눈치다. 김 특검보는 "현 상황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저희도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 7월 2일 출범한 김건희 특검팀 현판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25.7.2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c19753799c914.jpg)
"늘어난 수사 기간·인원…추가 파견 난제"
특검팀은 수사에 지장이 없을 거란 입장이지만 녹록지 않다. 현재 김건희 특검팀에만 파견된 검사가 40명이다. 여당 주도의 특검법 개정으로 수사기간이 최대 180일(본 수사 90일)까지 늘어난 데다가 파견 검사 최대 인원도 70명으로 증강됐다. 검찰 수사관 등 파견공무원은 80명에서 140명으로 늘었다. 특검법 수사 대상은 16개 항목이나, '통일교 정치개입 의혹' 등 만만치 않은 중대 범죄 수사가 추가 됐다. 주요 수사 대상 중 △김건희 관련 삼부토건 주가 조작 △코바나콘텐츠 협찬 △관저 이전 비리 △양형·공흥지구 개발비리 △공천개입 의혹 사건 △집사 게이트 사건 등은 아직 수사 중이다. 향후 검찰에서 추가 파견자를 구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 특검이 파견 검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를 공표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다만, 김 특검보는 "저희 특검팀의 경우 성공적 공소유지를 위해 수사한 검사들이 기소 및 공소유지에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지고 그에 관한 구체적인 공소유지 방안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란 특검'·'순직해병 특검'에도 확대 가능성
수사 검사들이 공소 유지를 해야한다는 점을 특검팀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지만, 수사가 종료된 뒤 파견 검사들이 복귀하겠다고 나설 경우가 문제다. 내란 특검팀이나 순직해병특검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옮겨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검팀으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김 특검보는 "기본적으로 파견 인원들이 복귀를 원하거나 사직 의사를 밝힌다면 당연히 그 의사가 먼저 존중돼야 한다. 복귀를 희망하는 경우 적절하게 복귀조치가 될 것이다. 강제적인 절차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법무부와 파견 검사간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파견 검사가 원 소속 청으로 복귀하려면 법무부가 인사명령을 내야 한다. 법무부가 파견 검사들의 복귀 청원에도 불구하고 인사명령을 내지 않을 경우에는 집단 사퇴 또는 집단 징계 사태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떻게든 김건희 특검팀의 공소유지에는 차질이 있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월 2일 출범한 김건희 특검팀 현판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25.7.2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0d3c286d8e2ed.jpg)
범여권 "법사위 이름으로 처벌을…검찰청 이미 사라져"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파견 검사들의 이번 성명을 '집단 항명'으로 규정하고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쳤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대한 공무원의 항명행위다. 자기들 잘못을 아직도 반성하지 못하고, 지금 한창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항명을 하느냐"며 "법사위 이름으로 처벌을, 징계를 법무부에 요구하자고 제안한다"고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검찰 당신들의 그러한 행태가 검찰청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한 자업자득의 결과를 만든 것이다. 검찰청은 이미 사라졌다"고 했다.
같은당 이용우 의원도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기획재정부가 쪼개진다고 기재부 공무원들이 이렇게 하느냐. 검찰의 뼛속까지 자리 잡은 특권의식, 우월의식의 발로"라면서 "명백한 직무유기고 집단행동 금지에 위반되는 처벌 대상이다. 엄중한 징계 사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출신의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저 검사들은 행정공무원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파견 명령에 대해 집단적으로 항명하고 있다"면서 법사위 차원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특검·내란 특검 "수사·공소유지 모두 검사 필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파견 검사를 포함해 내란 특검 인원들은 모두 역사적 소명을 가지고 특검 임무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박 특검보도 "특검법에 공소유지는 당연히 특검의 지휘 하에 파견검사가 하도록 되어 있다"며 "직접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 검사들이 사건 내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공소유지에서도) 파견 검사들의 역할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여당 주도의 검찰청 폐지에 대한 후유증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파견 검사들이나 검찰 수사관들은 특검팀 근무를 마치고 갈 곳이 없어진다. 말 그대로 '토사구팽' 당하는 꼴"이라고 했다. 역대 특검팀에서 수사와 공소유지에 투입됐던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소유지까지 고려하면 상고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검사들이야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겠지만 수사관들은 수사보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했다. 현직 검찰 수사관은 "중수청 가면 되지 않느냐는 말들을 하는데 한가한 소리다. 6000명에 달하는 수사관들을 중수청이 다 받을 수 있느냐"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검찰청 폐지와 기획재정부 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공포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들 법안은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10월 1일 공포되며,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검찰청 폐지 및 중수청·공소청 설치안의 경우 1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내년 10월 2일이면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고 검찰청은 78년만에 문을 닫는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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