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철강 수입 쿼터 절반 축소·관세 50% 인상 예고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유럽연합(EU)이 역내 철강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철강 수입 쿼터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고, 관세율을 5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발 고율 관세에 이어 EU까지 수입 규제를 강화할 경우 한국 철강 수출에 이중 타격이 불가피하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유럽 철강산업 보호 규정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철강 수입 무관세 쿼터를 기존 연간 3053만t에서 1830만t으로 47% 축소하고, 쿼터 외 물량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50%로 상향하겠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인 국가별 수입 쿼터는 향후 무역 상대국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은 지난해 약 380만t의 철강 제품을 EU에 수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약 263만t(2024년 7월~2025년 6월 기준)이 한국에 배정된 쿼터를 통해 무관세로 수출됐다. 나머지 물량도 글로벌 쿼터를 활용해 전량 무관세 혜택을 받았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수출 쿼터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글로벌 쿼터마저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업계는 이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50% 관세 여파로 수출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EU의 보호무역 강화가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철강업계는 이번 조치가 아직 시행 단계가 아닌 만큼 EU 측과의 협상 및 외교 채널을 통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확산되는 가운데 EU의 최종 결정 여부에 따라 한국 철강 수출 구조 전반이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