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권서아 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에 메모리 가격 상승과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시장 기대를 크게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은 86조원, 영업이익은 12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영업이익은 31.8% 늘었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조원대 후반으로, 이를 20% 이상 웃돌았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며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낸드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7’과 ‘플립7’이 한국, 미국, 인도, 일본,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점도 호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모리의 귀환, 영업이익 7조 추정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별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3분기 호실적을 이끈 일등공신은 메모리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3분기 최대 6조~7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본다.
사업부별로는 메모리사업부가 7~8조원대 영업이익을,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는 1조원대로 적자 폭을 줄였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들어 범용 D램 가격이 평균 10~15% 상승했고, AI 서버용 DDR5·HBM3e 제품의 출하 비중이 확대되며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특히 범용 D램 생산을 크게 늘려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했다. 가격 상승 국면에서 공급 확대 전략을 펴며 시황(市況)에 올라탄 것이다.
이 기간 고대역폭메모리(HBM3e)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에 맞춰 출하가 늘었고, DDR5는 서버 고객 중심으로 거래가격이 전분기 대비 5%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는 고객 다변화와 공정 효율화로 가동률이 개선되며, 상반기 2조원대 적자가 1조원대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우호적인 환율, 메모리 가격 및 출하 상회 등으로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며 “9월 이후 서버 중심의 메모리 수요가 견조했던 점도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짧게는 2년, 길게는 오는 2030년까지 메모리 수요와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슈퍼 사이클'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인공지능(AI) 연산 수요 급증에 따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발표하고 있어서다.
오픈AI는 최근 미국 내 5곳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아르헨티나에 500메가와트(MW)급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구글은 벨기에와 미국 아칸소·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에 14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발표하며 유럽과 미주 전역에 AI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AI 데이터센터에는 HBM뿐만 아니라 서버용 D램과 낸드가 대량으로 필요한데 이는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제품군"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실적 3조~4조원 이상 추정, 7월 출시한 폴더블 인기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5조원대, 이 가운데 스마트폰으로만 4조원대 이상 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올초 출시한 '갤럭시S25' 시리즈의 판매량이 꾸준한데다 지난 7월 출시한 '갤럭시Z 폴드7·플립7' 시리즈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 'S'와 'Z'의 판매 비중이 커지며 수익성 유지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지난 1·2분기에 각각 3조원, 4조원 영업이익을 낸 만큼, 이번엔 그 이상이 나왔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선 중저가 A시리즈와 에코(Eco) 2개 축도 실적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플래그십(프리미엄) 모델뿐만 아니라 중저가 A시리즈가 신흥 시장에서 수요를 끌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늘렸다는 이유다.

스마트폰, 태블릿, 에어러블 기기뿐만 아니라 3분기에 나온 스마트와치 '갤럭시 워치8' 시리즈 같은 에코 시스템도 인기를 끌고 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소폭 줄어들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가 안 된 데다, 하반기엔 스마트폰 재고 조정과 신제품 효과 감소가 있을 거란 이유에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성장이 과거 같지 않아 핸드폰 이익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주로 반도체에 집중할 것 같다. 내년에 엔비디아에 들어가는 HBM도 과거엔 주로 하이닉스가 공급했지만, 삼성전자도 들어가면서 HBM 비중에 따라 추가 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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