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번 4·10 총선 성적표로 인해 명실상부 '대권가도'에 올라탔다. 진보 진영의 '잠룡'이 두 명으로 좁혀졌지만, 이들 모두 '사법리스크'를 안은 탓에 중도 탈락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인사는 이재명·조국 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대권 '잠룡'으로 평가된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가시적인 '성과'였다. 이 대표는 당권과 세력화에 성공했지만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과오가 있고, 조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영향력을 입증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이 대표는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뚫고 민주당이 '초거대 야당' 지위를 확보한 21대 총선 의석수(180석)를 비슷하게 재연했다. 조 대표는 제3지대 후발주자임에도 12석을 확보해 '원내 3당'에 올라서는 성과를 보여줬다. 사실상 당내를 넘어 국민적인 지지까지 얻은 만큼, 대선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선거 패배 여파로 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과 비교하면 야권은 소위 '꽃놀이 패'인 것이다. 여권의 대권 잠룡(나경원·유승민·안철수·원희룡 등)은 차기 당대표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당 지지율 상승·계파 갈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문제는 '하이리스크 라이리턴', 즉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로 올라서지만, 실패하면 잠룡으로서의 영향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 총선에서 생환한 안철수 의원은 당권 도전보단 지역구를 가꾸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야권의 잠룡들은 국민의힘과는 놓인 처지가 다르다. 거대 야권으로 부상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다수 의석을 활용해 국정 주도권을 드라이브할 수 있는 상황이고, 이재명·조국 대표는 범야권 얼굴로서 전면에 나서며 '대권 주자'로서 입지와 능력을 충분히 드러낼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실제 두 대표는 12일 동시에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총선 이후 국정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며 대권 주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문제는 이들이 피할 수 없는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이들은 대권 가도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성남FC 배임 및 뇌물 혐의를 비롯해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총 3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대장동·백현동·성남FC 배임 및 뇌물 혐의 재판은 사건 내용이 방대하고 쟁점도 많아 1심 마무리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공직선거법·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연내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가 혐의는 많긴 하지만, 조 대표보단 상황은 그나마 낮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1·2심 모두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2심은 지난 2월 선고됐지만, 2019년 12월 기소된 이후 약 4년 1개월, 1심 선거 후 1년 만이다. 그러다 보니,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까지 걸리는 시일을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이미 실형이 선고된 만큼, 형이 확정된다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은 자연스럽게 물 건너간다. 여기에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로 최근 사건이 배당돼 심리가 시작됐다.
민주당 내에선 21대 대선이 3년이 남은 만큼 대권 경쟁에서 조 대표보다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하긴 어렵지만, '사법리스크'만을 본다면 승기를 잡았다고 보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조 대표가 법관 기피 신청을 한다면 당장의 시간은 벌지 모르지만, 2심까지 실형을 받은 탓에 형을 피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며 "조 대표의 형이 확정되면 조국혁신당의 독자적 행보는 어려운 만큼, 이 부분만 본다면 이 대표가 우위를 점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도 사법리스크가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든 잡아넣으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진보 진영의 대권 주자가 3년 후에도 생존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사법리스크만 본다면 이 대표가 조 대표보다 우위를 선점했다고 보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조 대표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예정되어 있고, 2심이 그대로 인정된다면 형기를 마쳐도 피선거권은 박탈되는 만큼, 2027년 대선 출마는 불가능해진다"며 "조 대표의 재판 리스크는 현실적인 문제고,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는 예정된 위기라고 본다면, 대권 가도에 가까운 것은 이 대표"라고 말했다.
다만 장 소장은 가정을 전제로 두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된다면 조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보다 조국혁신당이 우위를 점했는데, 이 점만 본다면 민주당엔 상당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사법리스크를 보자면 이 대표가 조 대표보다 대권에 가까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와 조 대표 간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결국은 '사법부의 시간'인 것이고 두 대표의 운명은 사법부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