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북미 등 일부 지역에서 광고를 보는 대가로 TV채널을 무료로 볼 수 있는 패스트(FAST,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가 부상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유튜브 프리미엄 등의 스트림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서 현지 소비자들이 무료 서비스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패스트가 국내에서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문제다. 산업계 일각에선 "아직 패스트를 논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FAST 채널의 확산과 콘텐츠 유통시장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 교수는 "국내 패스트 산업이 조기에 안착하고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선 국회·정부·산업·학계의 협력 아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이같이 주장한 건 국내의 경우 패스트 서비스 시청 디바이스인 스마트TV가 고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데다, 패스트 산업 정책·진흥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고가 스마트TV로 인해 보급 격차가 생기면 패스트 산업의 안착과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패스트 산업의 미진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미국·영국보다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인 국내 스마트TV 보급률은 패스트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IPTV(인터넷TV) 사업 면허를 받은 통신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들이 신규 콘텐츠 제작 투자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통신사업자들의 2020~2022년 콘텐츠 부분 투자 비중은 IPTV 사업 부문만 좁혀보면, 해당 분야 매출액 대비 연간 평균 27.5% 수준"이라면서도 "전체 사업 분야 매출액 대비로는 3사 연간 평균 4.8% 수준으로 매우 낮은 실정"이라고 했다.
산업계는 패스트 서비스의 국내 시장 안착은 아직 시기가 이른 것으로 본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최용훈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국내 패스트 서비스에 대해 '아픈 손가락'이라고 평가하면서 "시청시간을 기준으로 국내 스트리밍 비중은 약 2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패스트를 논하기엔 부족함이 있다"고 전했다.
채널사업자들은 운용할 수 있는 PP 개수에 한계가 있다. 지상파와 같은 콘텐츠 생산자가 계열사 PP는 물론, 비계열사에도 콘텐츠를 판매해왔던 배경이다. 반면 패스트 생태계에서는 채널 수 제한이 없다. 메이저 방송사들이 무한대로 채널 수를 늘리게 되고 이는 중소 채널의 도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창훈 SKB 미디어전략본부 콘텐츠전략담당은 "메이저 방송사들이 언제든지 콘텐츠를 바꿔 편성할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타 PP에 판매하기보다 무한대의 패스트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독점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지상파·종편의 콘텐츠를 구매해 방송한 중소 채널들은 설 곳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OTT의 스포츠 중계권 독점에 이어 패스트까지 독점 경쟁의 대상이 된다면 특정 기업의 경쟁력 강화 수단에 그칠 수 있다"며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가 개별 기업의 전유물이 되지 않고 국내 방송산업 전체를 키우는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과 시도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패스트 핵심 경쟁 요소인 스마트TV와 콘텐츠에 있어 국내 산업계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점을 살려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최준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진흥정책관은 강조했다.
그는 "국내 미디어업계, TV 제조사, 콘텐츠 기업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K-패스트 얼라이언스(가칭)를 조성해 국내 플랫폼-콘텐츠 글로벌 동반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얼라이언스 기반의, 민간 협업 주도로 국내 주요 미디어·콘텐츠 기업의 콘텐츠를 모아 글로벌 패스트를 통해 제공하는 K-미디어 전용 채널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