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LG그룹의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과 배터리 부문이 수급 악화와 구조적 업황 악화에 직면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의 부진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워 그룹 전체적으로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LG그룹 보고서'에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공급 과잉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2024년엔 수요 약세, 2025년부턴 대규모 설비 증설이 지속해서 수급을 악화시켜 수요 대비 공급 비율이 2027년 256%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던 LG에너지솔루션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박소영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2022년까진 수요 대비 공급 비율이 130% 수준이어서 배터리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크지 않았다"며 "완성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재고를 축적한 데다, 광물 가격도 급등해 2차 전지 업체들의 이익 성장세를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부터 생산 능력 향상에 비해 수요가 줄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배터리 산업 전반의 중단기 수익성은 2021~2022년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수급 저하 외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점, 수요 둔화에 대응한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투자 계획 축소와 가격 할인 정책 등도 배터리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 확장을 이어갈 예정이다. 2025년까지 연평균 약 10조원 내외의 자본적지출(CAPEX)이 예정돼 있다. 수익성 개선이 더딘 상황에서 차입금 증가로 재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 적자를 기록한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도 주목된다. 2018년 그룹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했던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1435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NICE신용평가는 "석유화학 부문은 구조적인 공급 과잉으로 저하된 실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대규모 증설과 중국의 자급률 상향 정책으로 기초 및 범용 제품의 공급 과잉 상황이 고착되면서 향후 수요 회복 시에도 과거 수준의 수익성을 나타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2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냈던 LG디스플레이의 회복세도 불투명하다.
한신평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을 고려하면 서유럽 시장 비중이 높은 OLED TV 수요가 단기간에 많이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모바일 OLED 시장에서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자국 패널 선호와 중국 패널업체의 OLED 역량 강화로 국내 패널 제조사의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07.7%에 달했다. 차입 부담에 지난 3월에는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278.5%로 낮췄다. 여기에 TV용 LCD 패널 사업 관련 자산 매각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자제품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높아진 금융비용과 자본적지출(CAPEX) 투자를 웃도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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