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깨달은 소명은 과연 무엇일까? 영웅이 드림팀을 만들고, 온갖 시련을 같이 견디면서 골리앗에 맞서 함께 싸우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개인의 소명을 드림팀의 사명으로 키우고, 대중을 넘어 인류 차원의 비전으로 확대하는 강렬한 매력이다. 한 마디로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공감과 동참을 끌어내는 경이로운 마법이다.
예를 들면, 스티브 잡스가 부리는 마법은 '현실왜곡장'이다. 중국 무협지에나 나올 만한 황당한 '무공'(武功)처럼 보이지만, 그 블랙홀 같은 왜곡장에 걸리면 그 신념체계에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잡스의 담대한 카리스마로 빛나는 비전이다. 어찌 보면 '아이폰'의 열성 고객은 잡스가 죽은 지 10년이 더 지나도 그 '현실왜곡장'에 갇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빌 게이츠는 모든 사무실 책상과 가정에 컴퓨터를 놓길 원했다. 1980년께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에게 불쑥 던진 미션이다. 당시 컴퓨터를 만들지도 않고 'Personal Computer'라는 개념조차 모르던 직원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지금 보면 너무도 당연한 현재지만, 당시 게이츠는 가까운 미래를 먼저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졌던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던진 화두는 더 뜬금없다. 2016년 그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10년 안에 화성에 사람을 보낼 것"이라 말했다. "2050년까지 100만 명을 보내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겠단다. 제프 베조스도 마찬가지다. "지구를 구하려면 우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태양계에 1조 명의 인간이 사는 걸 보고 싶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우주에 흔적을 남겨라"고 해서 그 흔적을 꼭 우주에 새겨야 하는 건 아니다. 인간에게 지구는 우주에서 가장 큰 영역이다. 지구 차원의 흔적도 얼마나 위대한가! 예를 들어 "역사를 저장하고 모두가 그것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어떤가? '구글'(Google)의 세르게이 브린이 던진 비전이다.
굳이 지구나 인류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창업자 사업 철학이나 스타트업의 비전을 그냥 멋들어지게 둘러대면 된다. "진정한 가치는 영원하지 않을 순간을 나누는 데 있다". '순간을 공유하라'를 내건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의 에반 슈피겔이 던진 말이다.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이 추억을 만든다". '에어비앤비'(Air B&B)로 유혹하는 브라이언 체스키의 감언(甘言)이다.
돈도 명예도 겨누지 마라. 영웅은 부귀영화는 거들떠보지 않는 법이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가 잘라 말했다. "돈이 목적이었으면, 오래전에 회사를 팔고 해변으로 갔을 겁니다". 마크 저커버그도 거들었다. "하버드 출신이면 누구나 직장을 얻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만, 아무나 소셜 네트워크를 가질 순 없죠".
담대한 비전을 어떻게 제시할 수 있을까? 저커버그가 슬쩍 귀띔했다.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은 일에 도전하라". 담대한 비전을 던질 만한 사업 목록이 얼마나 많은가! 문제는 그 비전을 드림팀과 대중이 홀딱 반하도록 멋지게 둘러대는 일이다. 틈틈이 소설도 읽고 영화도 보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가슴에 품어둬야 한다. 평소에! 정호승 시인이 일찌감치 말했다.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은 IBM, 보안회사, 테크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재단, 감리법인에서 중간관리자, 임원,대표이사, 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지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벤처창업을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프로세스/프로젝트/IT컨설팅을 강의하고 있다. 또 프로보노 홈피에 지적 자산을 널어 놓는다.
◇허두영 라이방 대표는 전자신문, 서울경제, 소프트뱅크미디어, CNET, 동아사이언스 등등에서 기자와 PD로 일하며 테크가 '떼돈'으로 바뀌는 놀라운 프로세스들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첨단테크와 스타트업 관련 온갖 심사에 '깍두기'로 끼어든 경험을 무기로 뭐든 아는 체 하는 게 단점이다. 테크를 콘텐츠로 꾸며 미디어로 퍼뜨리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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