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13년 전인 2011년 9월 13일.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던 유명 블로거가 사체로 발견됐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 한 70대 노인이 버섯을 따기 위해 칠보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버섯이 아닌 목을 매단 채로 숨져 있는 백골 상태의 시신을 마주했다.
해당 시신의 신원은 50대 남성 황덕하 씨. 그는 온라인상에서 이름을 떨친 유명 블로거였다.
황 씨는 지난 2007년부터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주제로 1만8000여 개의 글을 올리며 누리꾼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다.
또 집회나 시위 현장 후기나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뛰어난 법률 지식으로 누리꾼들을 상대로 법률 상담까지 해줘 '인권변호사'로도 알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활발한 SNS 활동을 통해 황 씨는 유명 인사가 됐고 그의 블로그 누적 방문자 수 역시 17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유명 블로거이자 인권변호사인 줄 알았던 그의 진짜 얼굴은 전 부인을 참혹하게 죽인 살인마였다.
전문대학교를 졸업한 뒤 부동산 사업을 하던 황 씨는 2001년, 법무사가 되겠다며 신림동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가족과 떨어져 지낸 황 씨는 2009년 부인 A씨와도 이혼하게 됐다.
A씨는 이혼 당시 황 씨에게 27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했으며 매달 황 씨에게 생활비로 100만원을 보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황 씨는 '이혼 당시 약속했던 위자료 5000만원을 달라'며 지속해 A씨를 찾아갔다.
이에 지친 A씨는 2011년 7월 7일 황 씨의 부모 집인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모처를 찾아갔다. 그는 그 자리에서 '남은 위자료를 모두 줄 테니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통보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황 씨는 오히려 A씨에게 재결합을 요구했고 당연히 A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황 씨는 미리 준비해 온 회칼로 A씨를 6차례 찔러 살해했다. 자신의 부모가 보는 앞에서 전처를 잔혹하게 살해한 황 씨는 "나도 죽겠다"라며 현장을 이탈한 뒤 차를 타고 도주했다.
이후 황 씨는 자취를 감췄다. 그가 도주에 이용한 차량은 범행 당일 오후 11시 30분 칠보산 인근에서 발견됐으나 황 씨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2달 동안 인터넷 접속 기록, 은행 출금 기록, 휴대전화 사용 기록 등 그 어떤 생활반응도 나타나지 않자 경찰은 9월 6일 그를 공개 수배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고시원에 은둔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며 황 씨 수색에 박차를 가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황 씨는 고시원이 아닌 차량이 발견된 칠보산에서 백골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의 옷차림은 범행 당일과 똑같은 검은색 등산복 상·하의로 경찰은 그가 범행 이후 곧장 목숨을 끊은 것으로 봤다.
인기 블로거이자 인권변호사인 줄 알았던 황 씨의 실체가 일정한 직업도 없이 고시원을 전전하다 전 부인을 죽인 살인마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슈뢰딩거의 고양이' 블로그는 황 씨를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분노로 도배됐다.
이들은 "무서운 살인자의 블로그" "겉과 속이 다르다" "뻔뻔하다" 등 반응을 보이며 황 씨를 맹비난했다.
이와 더불어 그가 살인을 저지른 다음 날에도 글을 올릴 정도로 몰두한 SNS의 게시물 역시, 다른 이들의 글이나 작품 등을 베껴온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게 인기 블로거였던 황 씨의 한낱 살인마로 전락해 세상을 떠났고 그의 블로그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폐쇄됐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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