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전력망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전력망은 전기를 생산하여 일반 가정과 산업시설 등 다양한 사용자에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데 필요한 설비와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왼쪽)과 서철수 한국전력공사 부사장이 22일 상의회관에서 열린 'AI시대에 맞는 국가전력망확충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b7a3c10d3796f5.jpg)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은 22일 "전력망 확충이 계속해서 지연되면 AI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AI시대에 맞는 국가전력망확충 세미나'에서 "AI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데이터, 인력, 전력 등 여러 요소들이 필요하다"며 "이런 기반들이 아무리 잘 갖춰진다 하더라도 미국, 중국 등과 경쟁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도 전력망 특별법을 만들고 국회에서도 이를 지원하고는 있으나 이는 단지 정부나 국회만의 몫이 아니라 기업, 시민단체 등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책임감을 갖고 참여해야 할 문제"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전력망 확충을 직접 수행하는 한전 같은 기업들, 그리고 시민사회 모두가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서철수 한국전력공사 부사장은 "세계는 지금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산업 전반에 걸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AI,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의 발전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발전원과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또 국가의 미래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의 전력망 구축 또는 이런 수요 증가와 환경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전소와 변전소 등 전력 인프라 구축이 지역사회의 재산권과 환경권 보호라는 가치와 충돌하면서 사회 사업 지연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전력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왼쪽)과 서철수 한국전력공사 부사장이 22일 상의회관에서 열린 'AI시대에 맞는 국가전력망확충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b2c1caff5990a2.jpg)
대한상의에 따르면 미국은 전력망규칙을 대폭 개정하고 일본도 2050 국가그리드마스터플랜을 발표하는 등 전력망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민반대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이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운반할 전력망이 부족해 발전소를 건설해놓고도 발전을 못하는 전력이 동해안 지역은 최대 7GW, 서해안 지역은 최대 3.2GW에 이르고 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AI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에서 전력 공급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특히 송전망 구축은 이미 특별법까지 통과됐지만 법은 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 설득, 합의, 보상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실제로 현재도 하남시에서 동해안 송전선 연결이 막혀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국가는 이제 2등 국가가 될 것"이라며 "AI를 위해서는 24시간 365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인 동시에 탄소중립까지 함께 달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송전망이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처럼 한전이나 산업부 등 일부 부처만으로는 전국적 설득과 조정이 어렵다. 전력망 구축은 국토부, 환경부 등 모든 부처가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국가 차원의 통합 인프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로, 철도, 항만을 건설할 때 송전망과 통신망, 에너지망도 함께 계획하고 구축해야 효율적이다. 이를 위해 '국토 종합 인프라 기본법' 제정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형근 한국전력공사 신송전개발처장은 "우리나라는 전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전력망이 부족하다. 발전소를 지어도 전기를 수요처로 보낼 수 없어 가동을 못 하는 사례가 많다"며 "동해안과 서해안의 발전소 전력 상당량이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전은 기존 송전선로를 고용량으로 교체하는 등 효율적인 전력망 확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수도권에 집중된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많은 지역과 수도권을 직접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 제도 개선도 병행 중이다. 인허가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견 회신 간주제도를 도입했고, 주민 참여와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입지선정위원회 제도도 마련했다. 송변전 시설 주변 주민에 대한 보상 현실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자파 우려 해소를 위한 현장 견학, 전자파 실시간 측정 시스템, 주민 편의시설 조성 등의 노력도 함께 진행 중"이라며 "다만 전력망 확충은 한전만의 과제가 아니다. 지자체와 주민, 민간 발전사, 수요 기업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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