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LG화학이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과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부문에서 동시에 부진을 겪으며 이중고에 직면했다. 그간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부진했던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을 보완해온 양극재 판매마저 최근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11일 LS증권에 따르면 LG화학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한 10조 8356억원, 영업이익은 11.1% 줄어든 3608억원으로 예상됐다. 특히 양극재를 포함한 첨단소재 부문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LS증권은 LG화학의 첨단소재 부문 2분기 매출 전망치를 기존 1조 4500억원에서 983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150억원에서 330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당초 회사는 메탈 가격 하락과 고객사 주문 조정 등으로 물량 감소를 일부 예상했지만, 전방 산업 수요 위축이 예상보다 더 심화되며 판매 감소 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첨단소재 부문 매출 하락은 영업이익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실적 악화는) 자체 사업 중 첨단소재(양극재 등)와 석유화학 부문의 영향이 크다"면서 "2분기 첨단소재 매출은 전분기 대비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분기 초 물량이 약 20% 줄어들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더 감소한 것으로 보이고, 메탈가격 약세로 평균판매단가(ASP)도 약 5%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극재 사업은 그간 침체가 이어진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며 LG화학의 실적을 지탱해왔다. 지난 1분기 LG화학 실적을 살펴보면 석유화학 부문은 영업손실 565억원을 기록한 반면 첨단소재 부문은 영업이익 1270억원을 나타내면서 실적을 이끌었다. LG화학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8.9% 증가한 447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특히 양극재는 첨단소재 부문 매출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으로 향후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에 따라 양극재 판매 부진은 단순한 부문별 실적 악화를 넘어 회사 전체의 수익 구조와 성장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석유화학 부문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 중국발 저가 공세가 맞물리면서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화학은 비주력 자산 매각과 생산설비 효율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지만, 석유화학 시황 반등이 늦어지며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수처리 사업부인 멤브레인을 1조 4000억원 규모로 사모펀드에 매각했고, 기초소재 사업 중 하나인 비스페놀A(BPA) 사업부 매각도 추진하며 수익성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극재 판매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LG화학이 중장기 계획으로 내건 2030년 매출 50조원 달성 목표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LG화학은 2030년까지 기존 석유화학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양극재 등),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을 축으로 매출 구조를 재편해 전지 소재 부문 매출 비중을 현재 10%대에서 크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양극재는 전지 소재 매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만큼 판매 둔화가 이어지면 계획했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이 개선되며 LG화학 연결 실적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매출액 5조 5654억원, 영업이익 4922억원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제외하고도 6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52% 급증하며 모회사인 LG화학의 수익성 부담을 일부 덜어줬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