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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북·중 국경 답사기⑤·끝] 잊지 말아야 할 그곳, 여순감옥


안중근 의사 흉상. [사진=평화공감 포럼]
안중근 의사 흉상. [사진=평화공감 포럼]

7월 25일, 우리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던 여순감옥을 방문했다. 감옥 내부로 들어서자 곧바로 검신실(检身室)이 나타났다. 이곳은 수감자들이 옷을 모두 벗은 채 나무 막대를 넘으며 몸을 수색당하던 장소다. 일제에 의해 억압받은 독립운동가들의 참담함이 느껴졌다. 좁은 복도 양옆으로 늘어선 감방들은 최대 8명이 생활했는데 모두가 눕기조차 어려울 만큼 협소한 공간이었다. 화장실도 없이 나무로 만든 요강 하나만이 놓여 있었다.

가둘 수 없는 독립에 대한 열망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습한 날씨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 고통에서 오랜 시간 수감생활을 했을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니 불평할 수가 없었다. 단체 수감실을 지나 안중근 의사의 독방을 마주했다. 이곳에서 그는 순국 전까지 '동양평화론'과 '안응칠역사'를 저술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확고한 신념은 어둡고 좁은 감옥 안에서도 꺾이지 않았으며, 우리는 그의 조국을 위한 숭고한 희생정신과 불굴의 용기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안중근 의사 흉상. [사진=평화공감 포럼]
여순감옥의 좁은 감방(왼쪽)과 안중근 의사가 수감된 독방(오른쪽). [사진=평화공감 포럼]

감옥 뒤편에는 독립운동가들의 각종 활동을 조명한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안중근 의사의 흉상과 함께, 내부에는 그의 생애, 동의단지회 결성, 하얼빈 의거, 각종 법정투쟁과 마지막 유언에 관한 내용까지 정리되어 있어 그가 지녔던 결연한 의지와 희생정신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지는 신채호 선생 기념관에서 마주한 ‘대한독립선언서’와 ‘대동단결선언’, 그리고 여섯 형제와 일가족 전체가 항일독립운동을 펼쳤던 이회영 선생의 구국 운동 전개 활동 등 나라를 위해 싸운 격렬하고도 단호한 역사를 직접 눈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독립의 역사, 여순감옥

우리는 한 개인이 보여줄 수 있는 용기와 정의로움에 깊은 경외심을 느꼈고,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감사한 마음으로 그들의 삶과 정신을 되새겨보았다. 이 외에도 여순감옥에서 순국하신 유상근, 최흥식 독립운동가의 자료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서, 여순감옥이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고난과 헌신이 응축된 역사적 공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공간을 지나며 우리는 오늘날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고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안중근 의사 흉상. [사진=평화공감 포럼]
안 의사의 순국 장소. [사진=평화공감 포럼]

좁고 음습한 복도를 지나 안중근 의사의 처형실 앞에 섰을 때,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처형실 중간에 놓인 사진 속 안중근 의사의 표정은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비장했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죽음 앞에서 더욱 당당했던 그

우리는 안중근 의사가 실제로 사형 선고를 받은 여순관동법원으로 이동했다. 2층 대재판장에 서니 그때 그 순간의 방청객이 된 듯 그의 결연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눈빛이 선명히 그려졌다. 안중근 의사가 항소를 포기한 이유는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 때문이었다.

"다른 마음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어머니의 단호한 당부는 죽음 앞에서도 안중근 의사의 마음을 굳게 다잡아주었을 것이다. 우리는 잔혹한 역사의 현장에서 숭고한 결의와 깊은 모정을 동시에 느꼈다.

안중근 의사 흉상. [사진=평화공감 포럼]
여순관동법원 전경. [사진=평화공감 포럼]

여순감옥에서 마주한 역사의 흔적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책임을 안겨주었다. 역사에 대한 교육은 기억과 희생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다리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올곧은 신념과 정당한 행동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 곧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며 우리는 여순감옥을 나섰다.

세종대학교 이채은, 정은주, 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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