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기후위기 시대에 남북극 등 영구 동토층에서 수천년 동안 잠들어 있던 미생물 등이 깨어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가 관심 사항이다. 국내 연구팀이 남극에서 2000년 동안 빙하 속 잠들어 있던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 인체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미 북극 영구 동토층에서 특정 바이러스가 깨어나 동물을 감염시켜 집단 폐사한 적도 있다. 남북극 얼음 속에 잠들어 있던 미생물 등이 깨어나면서 인류에게 새로운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닌지 연구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남극 빙하 속에서 수백~수천 년 잠들어 있던 미생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남극 빙하에서 발견한 미생물들을 공개하면서 이들 중 일부에서 인체 감염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27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남극 스틱스 빙하 시추 지역에서 빙하코어 회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극지연구소]](https://image.inews24.com/v1/82f51d5b92c6df.jpg)
빙하는 과거 기후를 기록한 ‘얼음 연대기’이다. 눈이나 에어로졸과 함께 유입된 미생물을 장기간 가둬두는 거대한 '자연 저장고'이다. 북극 영구 동토층에서는 과거 병원균이 되살아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남극 빙하 미생물과 그 위험성에 관한 연구는 아직 많지 않다.
극지연구소 김옥선 박사 연구팀은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인근 스틱스(Styx) 빙하에서 채취한 빙하코어를 분석, 서기 520~1980년에 형성된 빙하 층에서 총 27종 656개 균주의 미생물을 배양·확보했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남극 스틱스 빙하 시추 지역에서 빙하코어 회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극지연구소]](https://image.inews24.com/v1/0c30ad27f84adb.gif)
대부분은 남극을 포함해 자연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균이었는데 9종 55개 균주는 ‘잠재적 병원성 세균 후보’로 분류됐다.
김민경 박사는 ”미생물 중 일부는 결핵균처럼 인체 세포에 달라붙고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며 ”또 다른 일부에서는 물고기나 생쥐 등 실험동물에 치명적 영향을 준 세포 용해 유전자와 비슷한 서열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몇몇 미생물에서는 사람의 정상 체온인 37℃ 조건에서 적혈구를 파괴하는 가벼운 ‘용혈 반응’이 관찰됐다. 이는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남극 스틱스 빙하 시추 지역에서 빙하코어 회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극지연구소]](https://image.inews24.com/v1/28ddf64034684e.jpg)
스틱스 빙하코어는 장보고과학기지가 설립되던 2014년 극지연구소가 남극에서 처음으로 자체 확보한 총길이 210m의 시료이다. 약 2000년 전의 환경을 연구할 수 있다. 빙하코어는 빙하를 원통형으로 시추해 채취한 것이다. 각 층에 형성 당시의 기후와 생물 정보가 보존돼 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오랫동안 갇혀 있던 미생물이 노출돼 인간과 접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남극 빙하 미생물의 다양성과 잠재적 위험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논문명: Millennial-scale depth-resolved ancient microbial diversity and pathogenic potential in Styx Glacier, Antarctica)는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에 지난 7월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