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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의 오드그로서⋯'게임 체인저' 될까


중간 마진 없애고 피크타임 소비자 직배송 시스템 실험
'더미식' 간편식 등 공세적 투자에 실적 뒷걸음 속 '주목'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하림그룹이 직배송·직매입 모델을 내세워 신선식품 이커머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생산과 물류를 직접 연결해 가격 경쟁력과 신선도를 동시에 잡아 소비자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미 시장에선 쿠팡·컬리 등 강자들이 자리 잡은 상황이라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란 예상 속에 과연 '게임체인저'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 있는 '하림 퍼스트 키친'. [사진=하림산업]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 있는 '하림 퍼스트 키친'. [사진=하림산업]

15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최근 농장에서 수확하거나 도축·가공한 식품을 당일 생산하고 당일 출고하는 플랫폼 '오드그로서'를 공개했다. '남다른(ODD) 식료품상(GROCER)'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식재료의 신선함을 극대화하고 유통 마진과 보관·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비용을 최소화하는 특유의 장점을 가진 시스템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하림은 이를 위해 약 1500억원을 투자해 첨단물류센터 '풀필먼트 바이 하림'(FBH)을 구축했다. 제조공장과 물류센터가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돼 생산 완료 직후 검수·포장이 이뤄지며, 제품은 별도의 보관이나 중간 유통 없이 당일 출고된다. 상온·냉장·냉동 제품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박스에 합포장해 1~2인 가구 주문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조다.

제품 신선도의 차별화도 강조된다. 달걀은 산란 당일,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도계 당일, 돼지고기는 도축 후 5일 숙성, 소고기는 부위별 최적 숙성과정을 거쳐 출고한다는 방침이다. 쌀은 도정 당일, 참기름·들기름은 착유 당일, 샐러드는 수확 당일 배송하는 등 '피크타임 직송' 철학을 내세웠다.

이 같은 모델은 유통사와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으므로 중간 마진을 줄일 수 있고, 신선도 유지 및 가격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 그러나 이미 쿠팡과 컬리 등 유통·배송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경쟁사가 시장을 장악, 배송 속도·배송 구역 확대·재고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 환경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도 뒤따른다. 특히 생산 당일 출고라는 약속이 안정적으로 지켜지려면 물류센터 가동률, 검수 오류율, 공급 안정성이 모두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초기 투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쉽지 않은 과제다.

오드그로서는 하림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플랫폼이기에 성과가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오드그로서의 매출이 하림그룹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평가가 따르는 하림산업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인 사업이다.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 있는 '하림 퍼스트 키친'. [사진=하림산업]
하림그룹이 신선 직배송 식품 플랫폼 '오드그로서'를 론칭했다. [사진=하림그룹]

하림산업은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미식' 등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투자했지만 성과가 따라오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8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1276억원으로 전년(1095억원 손실)보다 적자 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2016년부터 쌓인 누적 적자는 4600억원을 넘었고, 지난해 부채비율은 226.7%까지 치솟았다. 유동비율은 5.7%에 불과해 단기자금 운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림그룹은 이번 오드그로서를 통해 하림산업 제품의 직판 채널을 확보하고,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더미식처럼 오프라인 유통망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브랜드가 오드그로서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날 기회가 늘어나면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결국 오드그로서가 단순히 그룹 차원의 새로운 플랫폼이 아니라, 하림산업의 구조적 적자를 타개할 돌파구로 작동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하림 관계자는 "오드그로서는 식품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책임지는 C2C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신선함을 제공할 것"이라며 "하림만의 차별화된 방식으로 식탁에서 매일 최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준을 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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