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물건이 쏟아져 나오네요. 오늘 거래를 마무리하는 조건의 급매까지 나왔어요."
정부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두는 대책을 발표하자 일선 부동산 시장에서는 작지 않은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 중개업소마다 전화 문의가 쏟아져 들어왔다.
새롭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조합원 지위 양도가 어려워지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당일 거래 조건으로 저렴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등 눈치싸움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전경. 2025.10.15 [사진=이수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a2f7f28a386c9.jpg)
정부가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서울 내 정비사업 현장 대부분은 강화된 규제가 적용되게 된다. 재건축 조합원당 주택공급수가 1주택으로 제한되고,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부터,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2년 간 실거주 의무도 주어진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어려워지면서 현장에서는 팔 수 있는 매물이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10년 보유·5년 거주 요건을 채운 조합원만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는데,이런 조건을 채운 소유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또한 규제가 적용된다. 단지 인근에서 근무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정부 대책이 발표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규제 적용 여부 자체를 모르는 집주인이 많다"면서 "그럼에도 뉴스를 접하고 물건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B씨는 "규제가 적용되기 전인 오늘(15일) 계약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많게는 수천만원 가격을 낮춘 집주인이 있다"면서 "이전에 물건에 관심을 가지던 수요자에게 연락해보고 있지만 수요자들 모두 당분간 추이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전매제한과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는 정비사업 내 지분 거래와 조합원 교체를 사실상 차단하는 것"이라며 "자본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시공사 선정이 재편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소 시공사나 초기 단계 정비사업은 추진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은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을 축소시키는 결과로도 연결될 가능성을 높인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9·7대책에 반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회수하면서 매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비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단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가 고강도 규제를 내놓으면서 수요자 매수심리가 크게 꺾였고,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크게 축소됐다. 이에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며 시장이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켠으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저가 주택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미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는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가 주로 주택을 매수하는 시장인 만큼 대출한도 축소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가격이 싼 주택은 대출 의존도가 크고 시장 분위기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규제지역 내 주택은 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70%에서 40%로 축소된다. 상가·오피스텔 등 비주택담보대출의 LTV 비율도 아파트와 동일하게 70%에서 40%로 낮아진다. 전세·신용대출 차주의 규제지역 주택구입도 제한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세 중과, 실거주 의무 강화도 유지되는 등 자금 부담이 커진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이미 주택 가격이 높은 강남권은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LTV에 상관없이 매수하려는 수요가 꾸준하다는 것을 모두가 지켜봐 왔다"면서 "이전에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던 서울 동북권과 서남권 등 외곽 지역에서 이번 조치로 인해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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