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16일 오전 대법원 선고로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연다. 2심 판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파기환송할지, 항소심 결론이 최종적으로 인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선고는 지난해 5월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또 최 회장이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한 지 8년 3개월 만이다.

10년 넘은 갈등, 공개 고백으로 점화
두 사람의 갈등은 2006년 최 회장이 김희영 T&C재단 이사장을 만나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관계가 알려지며 부부 갈등이 본격화됐고, 2011년 최 회장은 별거에 들어갔다.
2015년 12월 최 회장은 세계일보 기고문을 통해 “혼외자와 함께하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2017년 이혼 조정 신청을 시작으로 소송이 진행됐다.
1심은 재산분할 665억원·위자료 1억원을 인정했지만, 2024년 항소심은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위자료를 2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재판부는 SK 지분이 혼인 중 유지·증식된 공동재산 성격을 지닌다고 판단했다.

쟁점① ‘특유재산’ 여부
핵심은 최 회장의 SK 지분이 상속재산으로 볼 수 있는 ‘특유재산’인지, 혼인 기간 중 공동으로 형성·유지된 재산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1심은 상속재산으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노 관장의 가사노동과 대외활동이 최 회장의 경영 전념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고 봤다.
이는 재벌가 자산을 부부 공동의 성과로 본 이례적 판단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기존 판례보다 확대 해석된 것인지, 정서적·간접적 기여만으로 대규모 지분을 분할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② ‘비자금 유입설’의 증거력
항소심이 판단을 뒤집은 또 다른 이유는 비자금 유입설이다.
노 관장 측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0년대 초 SK 측에 건넨 300억원대 자금이 지분 확충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고(故)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약속어음 사본이 근거로 제출됐으며, 항소심은 “비자금 존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해당 증거의 진정성, 작성 경위, 자금의 실제 사용처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사본만 존재한다는 점과 명확한 자금 흐름이 확인되지 않는 점에서 증거력 인정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 측은 “노후자금 요구에 따른 어음일 뿐”이라며 비자금 주장을 부인했다.

항소심 판결문 속 오류를 바로잡은 일을 대법원이 어떻게 볼 지도 관건이다.
법원은 항소심 선고 뒤 판결문에서 지분·주식가치 산정 과정의 일부 수치·기준 적용 오류가 확인돼 경정(정정)으로 문구와 수치를 손봤다.
이 과정에서 전신회사인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 평가 기준과 적용 시점이 혼재돼 재산분할 산출 논리에 혼선을 준 점이 쟁점으로 지적됐다.
대법원은 이 경정이 단순 오기·계산 착오의 범위인지, 아니면 판단의 본질을 바꾸는 절차상 하자인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재계, 판결 결과 주시
재계는 이번 판결이 SK그룹의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최 회장은 약 1조3800억원을 마련해야 하며, 지분 매각 등 재무적 조치가 불가피하다.
최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SK그룹 계열사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주요 그룹에서 준법감시인을 지낸 한 법조인은 "상고 기각에 대한 비상계획을 내부에선 이미 다 세워뒀을 것"이라며 "지분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거나, 부동산을 매각하고, 개인이 가진 영업권 등을 회사가 다시 사주는 등 여러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파기환송 시 재산분할 규모가 다시 조정되며, 법적 절차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법적 공방이 2년 가량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 회장 측은 시간을 벌게 된다.
재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은 파기환송이 최선의 시나리오일 것"이라며 "기각 시 SK그룹의 규모를 볼 때 돈을 구할 방법이야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취약해진 지배 구조를 파고드는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법관들은 지난 8월 중순 한자리에 모여 이 사건의 재산분할 금액 적절성 등을 검토한 바 있다.
대법관 전원이 모여 검토했지만, 이후 4명의 대법관이 선고를 담당하는 소부(小部) 판결부에 배당됐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전원이 머리를 맞댔지만 결국 소부판결로 넘어간 것은 이견이 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사건이다 보니 이례적인 절차가 진행된 셈”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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