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에 사용한 Ia형 초신성과 동일한 1604년 우리은하에서 폭발한 케플러 초신성의 현재 모습. 이 초신성이 Ia형 초신성이라는 사실은 조선 천문학자들의 정교한 관측기록을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사진= NASA/ESA]](https://image.inews24.com/v1/186e86ff470d7d.jpg)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주는 가속 팽창하지 않고 암흑에너지는 우주상수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와 주장이 나왔다. 이번 연구 결과가 교차 검증을 통해 천문학계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지금의 우주 가속팽창 이론은 뒤집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은하진화연구센터의 이영욱 교수 연구팀이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의 근거가 된 ‘우주의 가속팽창과 우주상수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핵심 연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영국 왕립천문학회지(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실렸다.
연구팀은 새롭게 수정된 초신성 관측 결과(나이편향)가 다른 우주론 연구 방법인 바리온음향진동 관측 결과와 훨씬 더 정확하게 일치함을 발견했다.
바리온음향진동은 초기 우주의 원시 플라스마에서 나타나는 ‘음향 밀도파’의 파동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을 연구함으로써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일으킨다고 추정되는 ‘암흑에너지’를 설명한다.
연구팀은 초신성, 바리온음향진동, 우주배경복사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현재 우주는 더 이상 가속팽창하지 않으며 오히려 감속 팽창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1998년 이후 천문학계는 우주가 우주상수(진공에너지) 형태의 암흑에너지에 의해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Ia형 초신성의 밝기를 이용해 먼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연구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의 가속 팽창을 입증한 3명의 학자에게 돌아간 바 있다.
Ia형 초신성은 백색왜성이 태양 질량을 넘어 폭발하는 현상이다. 쌍성계에서 백색왜성이 동반성으로부터 물질을 흡수하거나 두 백색왜성이 충돌해 발생한다.
이번 연구는 우주가 이미 감속 팽창 단계에 진입했으며 암흑에너지 또한 우주상수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빠르게 약화하는 특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기존 주류 이론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연구팀은 먼저 오랫동안 우주의 ‘표준촛불(standard candle)’로 사용돼 온 Ia형 초신성이 폭발을 일으킨 ‘항성의 나이’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 광도 표준화 이후에도 젊은 항성에서 발생한 초신성은 상대적으로 어둡고, 나이 든 항성에서 발생한 초신성은 더 밝게 나타나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Ia형 초신성과 동일한 1604년 우리은하에서 폭발한 케플러 초신성의 현재 모습. 이 초신성이 Ia형 초신성이라는 사실은 조선 천문학자들의 정교한 관측기록을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사진= NASA/ESA]](https://image.inews24.com/v1/ce1af07985e42a.jpg)
연구팀은 약 300개의 초신성 호스트 은하 샘플을 이용해 이 효과를 5.5시그마(99.9999999% 신뢰성)의 높은 통계적 신뢰도로 검증했다. 이는 먼 은하에서 초신성이 상대적으로 어둡게 보이는 현상이 단순한 우주론적 효과만이 아니라 항성천체물리학적 요인에도 기인함을 의미한다.
연구팀이 이 효과를 반영해 초신성 데이터를 보정했다. 암흑에너지가 우주상수의 형태로 존재하는 기존의 표준우주모형과 더 이상 일치하지 않았다. 대신 최근 암흑에너지 분광관측장비(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 DESI) 프로젝트가 제시한 시간에 따라 빠르게 진화하며 약해지는 암흑에너지 모델과 훨씬 더 잘 부합했다.
이 새로운 모델은 바리온음향진동과 우주배경복사 관측을 결합한 분석에서 도출된 것으로 연구팀의 수정된 초신성 자료 역시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나아가 수정된 초신성 데이터를 바리온음향진동과 우주배경복사 관측과 결합해 분석한 결과, 표준우주모형은 9시그마 이상의 압도적 통계적 유의성으로 배제됐다. 이는 DESI 프로젝트의 2.8–4시그마 수준보다 훨씬 더 명확한 결과로 현재 우주가 더 이상 가속팽창하지 않고 이미 감속팽창 단계에 진입했음을 뒷받침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세대 이영욱 교수는 “DESI 프로젝트에서는 기존(수정 전) 초신성 데이터를 바리온음향진동 관측과 결합해 분석했고 그 결과 ‘미래의 우주는 감속팽창하겠는데 현재는 여전히 가속 중’이라고 결론내렸다”며 “우리는 수정된 초신성 자료를 통해 현재 우주가 이미 감속팽창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결과는 바리온음향진동 단독 분석이나 바리온음향진동과 우주배경복사를 합친 분석에서 예측된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몇 해 전부터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고 그 사이 초신성 샘플이 많아졌다”며 “관련 연구 결과를 그동안 국제학회에서 몇 차례 발표했는데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검토한 뒤 공동연구를 제안해 오는 사례도 많았다고 부연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보다 직접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전체 적색편이 구간에서 동일한 나이를 가진 젊은 은하만을 이용한 ‘광도진화 없는(evolution-free)’ 우주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미 1차 결과는 이번 연구의 결론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에서 핵심 역할을 한 연세대 손준혁 박사과정 연구원과 정철 연구교수는 “앞으로 5년 이내 LSST 탐사망원경이 발견할 약 2만 개의 새로운 초신성 호스트 은하의 나이 측정이 이뤄지면 지금보다 훨씬 정밀한 초신성 기반 우주론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SST 망원경은 칠레에 있는 대형 망원경이다. 남반구 전 하늘을 10년 동안 정밀하게 관측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탐사 프로젝트이다.
이 연구 결과가 앞으로 추가 검증을 통해 확정된다면 1998년 암흑에너지 발견 이후 27년 만에 우주론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암흑에너지의 정체, 허블 텐션, 우주의 팽창 역사와 운명을 밝히는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논문명: Strong Progenitor Age Bias in Supernova Cosmology. II. Alignment with DESI BAO and Signs of a Non-Accelerating Universe)는 연세대 이영욱 교수(교신저자), 손준혁 연구원(제1저자), 정철 연구교수(공동 교신저자), 박승현 연구원(공동저자), 조혜전 연구교수(공동저자)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천문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영국 왕립천문학회지(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10월 16일자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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