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가열화→녹는 해빙→남북극 바다 요동친다 [지금은 기후위기]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구 가열화의 가속화로 극지방의 해빙이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녹고 있다. 이에 따라 해류의 흐름이 불안정해지며 앞으로 극지 바다가 더욱 거세게 요동치고,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은 초고해상도 지구 시스템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간에 의한 가열화가 해빙을 빠르게 녹여 바다의 ‘중규모 수평 교란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5일 발표했다.

‘중규모 수평 교란(mesoscale horizontal stirring)’은 바람, 해류, 바닷속 소용돌이 등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물결 섞임 현상이다.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 규모로 바닷물이 수평 방향으로 휘저어진다. 열과 영양분이 퍼지고 플랑크톤이나 어란·유충, 미세 플라스틱과 같은 오염 물질 확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극지 해양의 변화를 직접 관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구 가열화가 극지역 소규모 해류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규명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지리적 한계로 관측이 제한되고, 위성 관측 자료로는 중규모 해양 과정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IBS 연구팀은 IBS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활용해 초고해상도 기후모델(CESM-UHR)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현재 수준, 2배, 4배로 설정해 비교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북극과 남극 연안의 바다가 더욱 거세게 요동쳤다. 가열화가 심화할수록 중규모 수평 교란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정량화하기 위해 ‘유한 크기 리아푸노프 지수(Finite-Size Lyapunov Exponent, FSLE, 유체의 입자 간 분리 속도를 정량화하는 지표)’를 활용했다.

이 지수는 가까운 두 유체 입자가 얼마나 빠르게 분리되는지를 보여준다. 값이 클수록 교란이 강화되며 해수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지구 가열화로 인한 해빙의 급격한 감소가 미래 북극해와 남극 연안 해역의 해류와 난류를 강화하며 바닷물의 수평 교란을 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북극과 남극에서 교란이 강화되는 원인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찾아냈다. 북극해에서는 해빙이 줄면서 바람이 해수를 더 강하게 밀어 표층 순환류와 난류를 강화시켰다. 반면 남극 연안 해역에서는 녹은 해빙에 의한 담수 유입이 해수의 밀도 차이를 키워 해류 세기와 교란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석 제1저자는 “대륙에 둘러싸인 북극해와 남극 연안 해역의 대조적 지리적 구조 차이는 해수의 수평 교란 변화를 결정하는 역학 과정에서 근본 차이를 가져온다”며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두 해역 모두에서 수평 교란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미래 극지 해양 수평 교란의 증가는 어란·유충의 생존을 포함해 극지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악셀 팀머만 연구단장은 “우리 연구단에서는 기후와 생명의 상호작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차세대 지구 시스템 모델을 개발 중”이라며 “이를 통해 극지 생태계가 지구온난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논문명: Future mesoscale horizontal stirring in polar oceans intensified by sea ice decline)는 11월 5일(한국시간 19시)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