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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최재해 감사원의 '방탄복'


2023년 5월 보도된 '부실 방탄복' 관련 보도 내용. [사진=온라인 검색 결과 갈무리]
2023년 5월 보도된 '부실 방탄복' 관련 보도 내용. [사진=온라인 검색 결과 갈무리]

[아이뉴스24 소민호 기자] "군에 납품된 방탄복이 총알에 구멍이 뚫리는 부실 제품으로 드러났다."

2년이 조금 더 된 일이다. 감사원이 낸 보도자료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얼마나 충격적인 내용이었는지, 신문과 방송은 물론 뉴미디어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적군이 쏜 총알을 든든하게 막아내야 할 방탄복이 숭숭 뚫려버릴 제품이라니, 유사시엔 군 전력을 무력화하는 요인이 되는 데다 엄청난 비리가 숨어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대서특필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터였다.

"'성능 미달' 방탄복 5만벌 육군에 납품" 또는 "'뚫리는 방탄복' 장병에 입혔다" 등의 제목으로 보도가 됐다. 성능시험만 통과할 수 있도록 편법으로 제품을 만들었다거나, 국방기술품질원의 국방과학기술진흥연구소가 군납업체의 꼼수를 알고도 납품을 승인했다고 했다. 총알이 그대로 방탄복에 구멍을 내는 영상을 본 이들은 경악하면서 대체 이런 일이 휴전국에서 어떻게 버젓이 일어날 수 있는지 분개했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에 방탄복을 다시 납품받으라고 하면서 해당 업체는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방탄복 품질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연구소 담당자 2명을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야, 그런 감사원 발표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알게 됐다. 감사원이 모든 언론에 최초 보도자료를 제공할 때와는 달리 2024년 10월 홈페이지에 '문책요구에 관한 재심의 청구'라는 내용만 조용히 업로드했던 것이다. 많은 언론들은 감사원의 당초 보도자료를 발표할 때와 달리, 감사원의 잘못된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음을 보도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당초 보도자료 제공 내용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공표한 날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야 뒤늦게 인지하게 된 것은 개인의 게으름 탓이거나 전문분야가 아니어서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엄격한 성능기준에 전혀 어긋나지 않은 제품을 생산해 성실하게 납품한 군수업체에 대한 오해를 하는 이들이 나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감사원 홈페이지 게시물을 접하지 않고 최초 보도만 기억하고 있는 국민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국군을 수호하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해 생산한 제품을 납품한 공로를 치하해주지는 못할 망정, 엉뚱한 이유를 들이대며 일방적으로 군납업체를 매도하고 국방연구기관 담당자를 징계하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해당 군수업체는 해외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헤아리기 힘든 손실을 입었다.

헌법기관으로서 대통령도 관여하지 못하는 독립적 기구라는 위상의 감사원이 왜 이렇게 했을까. 최재해 감사원장은 여러 논란을 낳은 인물이지만, 홈페이지 인사말만으로 보면 "엄정하고 공정한 감사 활동을 통해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직기강을 확립함은 물론,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감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직자를 감시하는 최고위 공직기관인 감사원이 잘못된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면,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응당 기관장이 나서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국군 전력 강화에 헌신해온 군수업체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동시에 재정적으로 치명타를 입히는 등 커다란 구멍을 내놓고, 감사원은 스스로의 잘못을 숨기려 튼튼한 방탄복을 착용하고 있지 않은가.

2023년 5월 보도된 '부실 방탄복' 관련 보도 내용. [사진=온라인 검색 결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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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호 기자(sm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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