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형마트에 빼빼로가 진열된 모습. [사진=구서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305eee9b2c30c.jpg)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11월 찬바람이 불어오면 길거리에서 어김없이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편의점과 마트 진열대를 가득 채운 빼빼로입니다.
1983년 롯데웰푸드(당시 롯데제과)가 처음 선보인 빼빼로는 올해로 42년째를 맞은 장수 브랜드입니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금액은 약 2조1500억원, 초코빼빼로 기준 약 37억 갑에 달합니다. 전 국민이 약 70갑씩 먹을 수 있는 양으로, 길게 늘어놓으면 지구를 15바퀴 이상 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올해 빼빼로의 연간 매출은 약 2415억원,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됩니다.
◆여중생들 사이에서 시작된 빼빼로데이
어떻게 이렇게 팔릴 수 있었을까요. 빼빼로는 빼빼로데이 이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롯데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빼빼로데이를 처음 만든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1994년, 경남 지역의 롯데 영업사원이 의문을 갖게 됩니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거래처들이 이상하게도 몇 년째 11월 11일만 되면 "빼빼로 물량을 더 달라"는 요청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실을 파헤쳐보니 부산 지역 여중생 사이에서 '빼빼로처럼 키 크고 날씬해지자'라는 의미로 친구들끼리 빼빼로를 주고받는 문화가 퍼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이 본사에 전달되면서 롯데는 2000년대 들어 '친구·연인·직장동료와 마음을 나누는 날'이라는 콘셉트로 본격적인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부담 없이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이 문화는 인기를 얻었습니다. 현재 빼빼로의 단품 가격은 2000원으로 과거 대비해선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초콜릿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 사탕을 주고받는 화이트데이와 비교하면 더 가볍고 대중적인 날로 인식됩니다.
◆캐릭터와 무수한 협업...2년 만에 국내서 대규모 마케팅
![서울 한 대형마트에 빼빼로가 진열된 모습. [사진=구서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dab10df15594ea.jpg)
그렇다면 지금의 빼빼로데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하반기 유통가에서는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큰 대목으로 꼽힙니다. 9~11월 매출이 연간 절반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렇다 보니 젊은 층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이 치열합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스트레이키즈·티니핑·이세계아이돌 등과 협업한 빼빼로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롯데웰푸드는 2년 만에 대대적으로 빼빼로데이 이벤트와 광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빼빼로 매출액은 2020년 1170억원에서 2023년 1480억원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지난해 1451억원으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롯데는 '나눔 문화'를 강조해 매출 반등을 노리고 있습니다.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Z세대를 겨냥한 참여형 이벤트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가 숨긴 빼빼로를 찾아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벤트 칸에 탑승한 승객은 퀴즈를 풀며 숨겨진 빼빼로를 찾는 미션을 하게 됩니다. 일주일 만에 약 2500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뜨겁습니다. 2호선 열차 중 291번 열차 한 대, 그중에서도 5호차와 6호차에서만 만날 수 있어서 열차번호와 배차 시간을 공유하며 찾아가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빼빼로데이 수요 선점을 위한 편의점 업계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IP를 확보해오면 롯데가 이를 반영한 빼빼로를 생산하는데요. 편의점은 빼빼로 자체를 넘어 에코백, 키링, 스티커, 담요 등 수많은 제품을 함께 선보이기도 합니다.
올해 GS25는 150여 종, CU는 44종, 세븐일레븐은 116종의 선물세트를 공개했습니다.
◆전 세계로 향하는 'K-빼빼로'
이제 빼빼로의 무대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향하고 있습니다. 롯데웰푸드는 2020년부터 글로벌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데요. 현재 50여 개국에 빼빼로를 수출 중이며, 지난해 수출액은 70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수량으로 환산하면 1억650만개인데, 수출물량이 1억개를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입니다. 올해는 90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빼빼로가 진열된 모습. [사진=구서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77cbb21ccf8922.jpg)
올해는 더욱 다채로운 글로벌 마케팅을 준비했습니다. K팝 그룹 스트레이 키즈를 빼빼로 브랜드의 공식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해 '11월 11일은 한국의 대표 나눔 기념일인 빼빼로데이'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빼빼로데이의 글로벌 캠페인 슬로건은 'Show your love with PEPERO'(빼빼로로 사랑을 나누세요)로, 국내를 포함해 미국, 인도, 필리핀 등 20개 국가에서 진행합니다. 미국의 경우 2023년부터 진행해 온 뉴욕 타임스 스퀘어 대형 옥외광고를 올해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이와 함께 11일 당일에는 현장 페스티벌 행사도 열린다고 합니다.
전 세계 107개국에서 2300여 명이 지원한 소비자 참여 프로그램 '빼빼로 AGENT: P'(에이전트 피)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최종 선발된 11명은 한국을 찾아 경복궁·롯데월드타워 등에서 빼빼로 관련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빼빼로를 전략 상품으로 육성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일 원롯데 식품사 통합 전략회의'에서 빼빼로가 글로벌 메가 브랜드 1호로 선정됐는데요.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힘을 합쳐 매출 1조원 규모의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자"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일 롯데는 오는 2035년까지 빼빼로를 '글로벌 톱10·아시아 넘버원'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한 발판도 이미 마련했습니다. 올해 7월, 롯데는 해외 현지 생산에도 돌입했습니다. 전량 국내 생산하던 방식에서 전환한 것입니다. 약 330억원을 투자한 인도 현지법인 롯데 인디아 하리아나 공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롯데웰푸드는 인도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14억 인구의 인도 시장에서 요즘 한국 과자에 대한 반응이 뜨겁기 때문인데요. 이에 롯데는 현지의 고온 다습한 기후를 고려해, 초콜릿의 맛과 풍미는 유지하면서도 쉽게 녹지 않는 '내열성 초콜릿'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우선 '오리지널'과 '크런키' 2종을 선보이며 수도 델리를 시작으로 인도 전역으로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수익금 나눔"...CSR 활동도 꾸준히
![서울 한 대형마트에 빼빼로가 진열된 모습. [사진=구서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bf0b1d4c13497.jpg)
롯데웰푸드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빼빼로 수익금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CSR 활동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빼빼로 수익금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짓는 '스위트홈'(현 '해피홈')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매년 한 곳씩 건립하는데 올해는 강원 정선군에 13호 해피홈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해피홈 프로젝트는 놀이공간과 학습공간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의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고 학습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롯데웰푸드의 대표적인 지역 상생 활동입니다. 현재까지 2400여 명이 해피홈을 이용했습니다.
롯데웰푸드는 앞으로도 '나눔'이라는 빼빼로의 브랜드 가치를 사회 곳곳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나눔의 정신이 해외에서도 통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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