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데이터홈쇼핑 업계 1위인 SK스토아 인수전에 패션 플랫폼 '퀸잇' 운영사 라포랩스가 뛰어들면서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인수 적격성을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SK스토아는 정부 승인 절차가 필수인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재무 부담이 큰 인수 시도가 원활하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SK스토아지부가 현수막을 내걸고 졸속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SK스토아지부]](https://image.inews24.com/v1/339910754e8ea2.jpg)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자회사 SK스토아의 매각 추진이 본격화된 가운데 라포랩스는 지난 4일 SK텔레콤 사옥을 방문해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포랩스의 인수 의지는 확인됐지만 시장에서는 재무여건 부족과 사업 인허가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라포랩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711억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 3023억원을 기록한 SK스토아와는 격차가 크다. 매각가가 약 1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라포랩스가 자체적으로 동원 가능한 자금은 200억~3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라포랩스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접촉하며 인수자금 조달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크레딧 펀드를 활용한 대출성 투자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재무건전성 역시 부담이다. 라포랩스의 기업신용도는 B+로 홈플러스(A3-)보다 낮고, 현금흐름등급도 CR6에 머물러 현금 창출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사업 구조상 인수 이후 재무압박이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SK스토아지부가 현수막을 내걸고 졸속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SK스토아지부]](https://image.inews24.com/v1/9e8a8c66c2be44.jpg)
여기에 정부 승인 절차라는 추가 관문도 존재한다. SK스토아는 데이터홈쇼핑 사업자이기 때문에 인수 성사 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데이터홈쇼핑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판로 확대를 위해 '중기편성비율 평균 70%' 규제를 적용받는 공적 성격의 사업으로 승인 단계에서 인수 주체의 재무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운영 능력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 후 경영난이 발생할 경우 다수 중소기업 공급처에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 방미통위 심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부 반발도 거세다.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SK스토아 지부는 사무실 인근에 'SK스토아의 라포랩스 매각은 제2의 티메프 사태', 'SKT의 일방 매각 반대' 등의 현수막을 걸고 졸속 매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해 현재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이르면 다음주쯤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 부담이 종종 부르는 파국…유통업계 '무리한 M&A' 경고등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중소 규모 기업이 대형 유통사를 인수한 뒤 경영난에 빠지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며 이번 SK스토아 인수전에도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정육각은 친환경 유통업체 초록마을을 약 900억원에 인수했지만, 이후 재무 부담을 견디지 못해 기업회생 및 인가 전 M&A 단계로 넘어간 상태다. 정육각은 인수대금 중 약 530억원을 투자금과 보유 현금으로 조달했고 나머지 370억원은 신한캐피탈 브리지론을 통해 마련했다. 그러나 2023년 말 보유 현금은 6614만 원에 불과해 인수 후 정상화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SK스토아지부가 현수막을 내걸고 졸속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SK스토아지부]](https://image.inews24.com/v1/45cd5df9cf94f5.jpg)
홈플러스 매각전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마감된 공개입찰에는 AI 기반 유통 플랫폼 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개발업체 스노마드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하렉스인포텍은 지난해 매출 3억원·영업손실 33억원, 스노마드는 매출 116억원·영업이익 25억원임에도 당기순손실 73억원을 기록한 상황이다. 반면 홈플러스의 몸값은 약 4조원(청산가치 3조 6819억원)에 달해, 실질적인 자금 조달 능력과 인수 이후 운영 가능성에 대해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금력과 경영 능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목적의 투기성 M&A를 진행하며 시장이 혼란해지고 있다"며 "결국 피해는 해당 업체 직원와 수많은 협력업체에 돌아가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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