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경북 경주를 찾은 이후 한-중 경제 협력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입니다.
식품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완전히 해제된 것은 아니지만, 14억 인구의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소비시장이기 때문입니다. K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중국 내 한국식품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업체에도 다시금 관심이 쏠립니다.
![국내 식품 기업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챗GPT]](https://static.inews24.com/v1/d5dc6913f9ba62.jpg)
하지만 중국 시장을 '양날의 검'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합니다. 지금은 안정적인 듯 보이지만 과거와 같은 리스크가 언제 다시 불거질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때문에 식품업계는 중국에 생산공장을 새롭게 세우기보다는, 수출 형태로만 사업을 유지하는 수준을 택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삼양식품의 선택은 '중국 내수 시장' 공략
삼양식품은 다소 과감해 보이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글로벌 수출량이 급격히 늘어나자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첫 해외 생산을 건설하고 있는데요. 총 2014억원을 투입하는 이번 공장은 2027년 1월 준공될 예정입니다. 6개 라인이 모두 구축되면 연간 최대 8억4000만개의 불닭볶음면 생산이 가능합니다. 회사는 2030년 중국 매출 1조6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삼양식품은 왜 미국이나 동남아 등이 아닌 중국을 택한 걸까요. 여러 요소를 고려했겠지만 비교적 낮은 초기 투자비용, 인건비 등을 포함한 비용 효율성, 그리고 여전히 높은 중국 내수시장의 잠재력 때문입니다.
중국은 리스크가 큰 만큼, 한 번만 제대로 안착하면 국내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실적을 낼 수 있는 초대형 시장입니다. 그래서 식품사들이 위험을 알면서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겠죠.

이미 중국은 삼양식품의 최대 수출국이기도 합니다. 올해 상반기 삼양식품의 총매출 1조820억원 중 수출은 약 8641억원인데, 이 가운데 중국 비중이 27%로 1위입니다. 중국 다음으로 매출이 많은 북미 시장 비중은 20%입니다.
지난해 중국법인 매출은 75% 성장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푸팟퐁커리 불닭볶음면 등 현지 맞춤형 제품과 소스 협업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그만큼 붉닭볶음면은 이미 중국 현지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강한 소비자 수요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완공 후 자싱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100% 중국 내수용입니다. 삼양식품은 중국에서 불닭 외에도 해외 전용 브랜드 '탱글', '맵' 등을 소개하며 포트폴리오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중국 공장은 수출이 아니라 중국 내수에서 판매할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며 "공장 설립 비용, 가동 이후 인건비 등 유지 비용 측면에서 중국이 유리한 데다 현지 판매조직도 잘 갖춰져 있어 이같이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왜 굳이 중국으로?"⋯여전한 우려도
하지만 업계에선 "왜 지금 중국이냐"는 의문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손들고 나온 시장에 굳이 왜 제 발로 들어가냐는 취지입니다. 인건비가 더이상 저렴하지 않아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 인도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작용합니다. 무엇보다 양국 간 갈등 심화에 따른 정책 리스크가 향후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여전합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한중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한국 기업들에 경제제재를 가해왔습니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보복하기 위해 한한령을 내렸습니다. 한국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영업정지 등 압박을 가했고, 그 결과 롯데웰푸드는 2019년 상하이·베이징 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2023년 초에는 베이징 법인을 매각했습니다.
현재 롯데웰푸드는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된 인도를 해외 거점으로 점찍고 공장을 세우는 등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중국의 토지 제도 역시 외국 기업에는 변수입니다. 도시 토지는 국가 소유, 농촌은 집단 소유가 원칙으로, 기업은 공장을 세울 경우 토지 사용권만을 보유합니다. 정권 변화 시 사용 조건이 급변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꽌시'(關係·연줄)를 중시하는 문화 특성상, 현지 네트워크 없이 본격적인 사업 확장이 쉽지 않은 점도 사업 확장의 리스크로 지적됩니다.
◆모두가 중국서 실패한 건 아냐⋯오리온의 예외적 성공
한한령과 중국 내수시장 침체, 애국 소비 열풍 속에서도 유일하게 순항 중인 식품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오리온입니다.
오리온은 1995년 중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30년 가까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왔습니다. 화교 3세인 담철곤 회장의 중국 문화 이해도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입니다.
![국내 식품 기업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챗GPT]](https://static.inews24.com/v1/5ee70f18f29ad2.jpg)
오리온은 중국에서 '초코파이'를 '하오리요우'(好麗友·좋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패키지는 기존 파란색에서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바꿔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情) 정서는 중국의 인(仁) 개념으로 재해석해 브랜드에 녹였습니다. 철저한 현지화를 이룬 것이죠.
그 결과 중국 진출 2년 만에 파이·케이크류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초코파이는 30년 가까이 중국인들의 대표 간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리온은 중국 전역에 6개 생산공장과 판매망을 구축했으며, 전체 직원 4000여 명 중 99% 이상이 현지 인력입니다. 6개 공장 중 4곳의 공장장이 현지인일 정도로 현지화에 진심입니다.
오리온의 지난해 중국법인 매출은 1조2701억원, 영업이익은 243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오리온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41%로, 한국(35%), 베트남(16%), 러시아(7%)보다 높습니다.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잘되는 회사입니다.
◆14억 소비시장 중국⋯삼양식품의 승부수
중국은 14억 인구를 가진 대국인 만큼 기업으로서는 놓치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향후 K식품 역시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때문에 식품을 비롯한 국내 유통기업들의 중국 공략이 다시금 속도를 내는 분위기도 감지되고요.
농심은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상하이·선양·청뚜·옌벤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지난해 중국법인 매출은 3549억원으로 전년 대비 5% 감소했습니다. 전체 해외 법인 중 감소폭이 가장 컸습니다.
다만 내실을 다지며,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올해 신제품 '신라면 툼바'가 웨이보 750만 조회수를 넘기며 반응을 얻자, 현지 시장 재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신라면 툼바는 11월 기준 중국 월마트·패밀리마트 등 1만4500개 매장에 입점했습니다.

앞서 한한령을 언급했지만 뉴스에서 접하는 것과 달리 중국 현지에서의 반한 감정은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고, 중국 내 한국 식품 수입액 또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분위기를 물어보면 몇 년 동안 반한 기류를 느끼지 못했다는 답이 많다"며 "불닭볶음면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정도로 제품력이 좋고 중국에서도 잘 성장해왔기에 새로운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소비력이 좋아 분명히 매력적인 시장은 맞지만 살아남은 기업이 오리온을 제외하곤 없기 때문에 삼양식품이 중국에 공장을 짓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행보를 예측하기 어려워 다른 식품사들의 진출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한중 관계가 개선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중국 시장은 여전히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시장 같습니다. 그래서 삼양식품이 시도하는 새로운 성장 신화가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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