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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글로벌과 지스타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지스타 2025가 폐막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불참과 정부의 홀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인 관람객 수치 등 올해 지스타는 확연한 경고등이 켜졌다는 걸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지스타 위기론은 국내 게임산업의 트렌드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최우선에 둔 게임사들은 서머게임페스트, 게임스컴, 도쿄게임쇼와 같은 해외 게임전시회에 집중했고 지스타는 '쉬어 간다'는 곳이 적지 않았다. 지스타 참가를 위해서는 시연 버전을 별도 제작해야 하는데, 이러한 품을 들이는 게 딱히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득세하고 있는 서브컬쳐 게임 팬덤을 끌어모을 요인도 부족했다. 올해 지스타는 국내서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국내외 게임사들이 대거 불참하며 화제성이 하락했다. 오죽하면 지스타는 건너뛰고 12월에 열리는 AGF만 참가한다는 게임사들도 더러 있을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스타가 홀대받았다는 비판도 일었다. 개막 전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조성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대통령은 커녕 장·차관·국장 등 정부 고위 인사가 모조리 불참했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을 논의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일정과 지스타가 겹친 탓인데, 이로 인해 지스타의 '격'이 실추됐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그나마 김민석 국무총리와 여야 의원들이 현장을 찾긴 했으나 아쉽다는 인상은 지우지 못했다.

우려스러운 건 이러한 요인들이 올해에만 부각된 단발성 이슈가 아니라는 점이다. 산업 생태계와 게임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는데 운영 방식이 기존 관행에만 얽매여 있다면 지스타의 도태는 필연적인 미래일 수밖에 없다. 지스타 전시 품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지 않는다면 내년 지스타에 대한 관심은 올해처럼 그저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매년 6월 미국에서 열리던 E3는 글로벌 게임사들이 가장 먼저 신작을 공개하는 게임 전시회로 익히 알려졌다. E3에서 베일을 벗은 게임을 이후 게임스컴이나 도쿄게임쇼에서 시연하는 흐름이 일반적이었다. E3 폐지 이후에는 글로벌 신작의 첫 공개 무대로 게임스컴이 부각됐다. 자연스레 게임스컴의 중요도 역시 더욱 부각됐다.

E3의 포지션을 지스타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매년 연말에 열리는 지스타는 시기상 내년 출시될 신작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엔씨소프트가 올해 지스타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는 공개 사흘만에 유튜브 조회수 250만건을 돌파했고 지난 지스타 2019에서 첫 공개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글로벌 기대작으로 부상한 전례도 있다.

지스타에서 신작을 최초 소개하는 게임사의 경우 지스타 조직위 측에서 어드밴티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시스템화한다면 지스타 위상과 관심도가 높아지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또한 서브컬쳐를 비롯해 한국과 글로벌 게임산업의 트렌드로 부상한 분야는 적극 지스타에 유치하려는 노력도 함께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세계 5위권 게임 시장인 한국 진출을 노리는 해외 업체들의 참여 독려도 훨씬 원활해지지 않을까 싶다.

지스타는 이제 게임사들의 '희생', '책임', '선물' 등의 단어로 포장하지 않는,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변모해야 한다. 지스타가 뻔한 '연례 행사'로 남을지, 모두가 주목하는 '글로벌 쇼케이스'가 될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렸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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