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3사가 북미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확대를 위해 대대적으로 전력망을 확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그 방법은 약간씩 다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면서 송전망 확충, 노후 변압기 교체, 재생에너지 연계망 구축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테크사이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송배전장비 시장은 지난해 약 870억 달러(약 120조원)에서 2030년까지 1215억 달러(약 180조원)로 연평균 5.7% 성장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최대 765kV(킬로볼트)급 초고압 변압기를 제조할 수 있는 멤피스 공장을 미국 공략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멤피스 공장 생산 규모를 오는 2027년까지 기존 대비 1.6배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2020년 미국 멤피스 공장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총 1억 5000만 달러(약 2071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또 생산 설비 증설을 위해 추가로 4900만 달러(약 715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도 초고압 변압기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1차 증설을 마무리했으며 내년 말까지 2차 증설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울산과 앨라배마 생산거점에 총 4000억원을 투입해 초고압 제품의 글로벌 공급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보다 배전기기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북미에서 약 1조 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최근 북미 데이터센터 배전시스템 공급 사업 수주도 연이어 따내고 있다.
LS일렉트릭의 미국 내 배전기기 생산시설은 텍사스주에 위치한 'LS일렉트릭 베스트럽 캠퍼스'와 유타주에 위치한 'MCM엔지니어링Ⅱ'다.
세 회사 전략이 약간씩 다른 건 기반 기술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과 경험을 갖춰 장거리 송전망과 대형 프로젝트 중심의 북미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갖췄다.
LS일렉트릭은 배전기기 분야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와 분산 전원 시설 내 배전 시스템 공급에 강점을 갖고 있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 중 미주에 배전기기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은 LS일렉트릭이 유일하다.
세 회사가 전략을 달리하는 이유는 각 사의 기술력과 북미 시장 특성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과 경험을 갖춰 장거리 송전망과 대규모 변전소 중심의 북미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반면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배전기기 설계·생산 기술과 현지화 경험을 바탕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및 분산형 전원 시설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전력기기 기업 중 유일하게 미주 배전기기 생산을 갖추고 있어 관세와 납기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점도 배전기기 중심의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미 전략적 투자 MOU 체결도 국내 전력기기 3사에게 기회 요소로 평가된다.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약 511조 4200억원) 중 조선업 투자를 제외한 2000억 달러(292조 2400억원)는 송배전망 등 대형 에너지 인프라 사업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향후 개별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권이 얼마나 보장되느냐가 북미 전력기기 시장에서 3사의 입지 확대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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