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가 올해 잇따른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며 연간 누적 규모가 18조원을 넘어섰다. 연말에는 펩트론과 일라이릴리 간 계약 여부가 남아있어 추가 성과가 주목된다.
![[사진=펩트론]](https://image.inews24.com/v1/bc8aacae698649.jpg)
1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글로벌 제약사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총 18조11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최대 기록이었던 2021년 13조8047억원을 크게 넘어선 수치다.
이번 성과에는 플랫폼 기술 기반 바이오텍들의 기여가 컸다. 특히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등 3개 사의 올해 계약 규모만 13조원에 달하며, 최근 수년간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30조원에 이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혈뇌장벽(BBB)을 통과해 항체를 뇌로 전달하는 기술인 '그랩바디-B'를 잇달아 해외에 이전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4월에는 영국 GSK와 4조1000억원, 이달에는 일라이릴리와 3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올해에만 8조원 상당 실적을 올렸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전환하는 '하이브로자임(ALT-B4)' 플랫폼 기술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에 최대 1조9000억원 규모로 이전했다. 기존 머크(MSD)와 일본 다이이찌산쿄 등과의 계약을 포함하면 누적 11조원에 달한다. 리가켐바이오의 경우, 차세대 항암 기술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콘쥬올'을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1조원 규모로 이전하며 누적 10조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한 플랫폼 기업들의 향후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기술평가 계약은 기술이전 본계약에 앞서 효능과 시장성을 검토하는 사전 단계로, 협력 가능성과 상업적 잠재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펩트론이 지난해 10월 일라이릴리와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했는데, 양사는 14개월간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평가 종료 시점은 내달로 예상되며, 이후 기술이전 본계약 체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스마트데포는 약물을 체내에 서서히 방출해 한 번의 주사로 최대 수개월 동안 약효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기존 주사제가 매주 또는 격주로 반복 투약해야 했던 불편함을 개선해, 환자 편의성과 치료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이 플랫폼을 자사 펩타이드 기반 약물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펩트론의 기술이전 가능성에 대해 반응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일라이릴리가 6월 스웨덴 기업 카무루스(Camurus)와 1조2000억원 규모로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펩트론은 카무루스의 플랫폼과 스마트데포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며 선 그었다. 카무루스는 지질 기반 액상 제형으로, 투여 시 체내 수분과 반응해 겔로 변한 뒤 서서히 녹으며 약물을 방출한다. 반면 스마트데포는 고분자와 약물을 미세한 알갱이(미립구) 형태로 전환해, 체내에서 서서히 분해되며 일정 속도로 약물을 방출하는 방식이다. 약효를 장기간 유지하는 목적은 같지만, 작용 원리가 달라 경쟁 기술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펩트론 관계자는 "일라이릴리와의 기술평가는 순항 중"이라며 "긍정적인 평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닥 상장사 펩트론은 일라이릴리와의 계약 여부를 앞두고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8월에는 본계약 기대감이 고조되며 같은 달 14일 기준 35만90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으나, 이달에는 20만~30만원대를 오가며 등락세를 보이고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