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국제 코코아 가격이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국내 초콜릿 시장은 여전히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재고 부담과 높은 환율, 정체된 내수 시장이 삼중고로 작용하면서다. 가격 인하 여력도 부족한 데다 저출산 기조와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까지 겹치며 초콜릿 업계의 전망이 어둡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초콜릿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atic.inews24.com/v1/1183f61dd9089c.jpg)
18일 식품산업통계정보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제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526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톤당 1만2565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하지만 코코아 가격 하락에도 초콜릿 제조업체들의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이미 높은 가격에 매입해 둔 원료 재고가 남아 있는 데다, 최근 환율 상승으로 원가 부담은 오히려 더 커졌다.
앞서 초콜릿 가격을 인상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있어 추가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콜릿 시장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롯데웰푸드는 지난 2월 빼빼로·크런키·가나마일드 등 주요 제품 26종의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말에는 오리온이 초코송이·비쵸비 가격을 20% 인상하는 등 13개 제품 가격을 올렸다.
업계는 코코아 가격이 다시 출렁일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 코트디부아르가 최근 생산자 매입가격을 55% 인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 정체도 악재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초콜릿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초콜릿 섭취량은 607g에 불과했다. 이는 세계에서 국민 1인당 초콜릿 소비량이 가장 많은 스위스의 9kg과 비교해 15분의 1 수준이다. 이후 국내 소비량에 대한 공식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는 소폭 늘었거나 일부 연령층에는 오히려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콜릿 주 소비층인 어린이·청소년 인구가 줄어든 데다가, 건강∙당저감 식품을 선호하는 트렌드까지 더해지며 전통 초콜릿 수요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제로 초콜릿 등 건강을 강조한 초콜릿이 출시되면서 지난해 국내 초콜릿 시장의 소매점 매출은 7853억4500만원으로 전년(7555억7400만원) 대비 3.94%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은 한국과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3년 세계 초콜릿 시장 규모는 1234억8,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7% 성장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59억5,500만 달러(21%)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했고, 러시아(89억570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코아 가격이 고점 대비 절반 이상 내려오긴 했지만, 안정적이었던 과거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2~3배 높다"며 "카카오 나무 생산이 회복되려면 5~6년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여 원가 부담은 장기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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