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직장인 양모(35)씨는 한 달에 2~3번은 가족들과 복합쇼핑몰을 찾는다. 반나절 이상 머무르며 여가를 즐기고, 항상 쟁여놓는 식재료·생필품은 복합쇼핑몰 내 창고형 할인점에서 구매해 집에 돌아온다. 그는 "복합쇼핑몰을 찾으면 생활하며 필요한 것도 살 수 있고, 여가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며 "창고형 할인점에서 필요한 식재료를 구매해 소분하고, 급한 건 그때그때 온라인으로 주문해 대형마트는 잘 찾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대형마트 대신 복합쇼핑몰로 향하고 있다. 해묵은 규제와 이커머스 공세로 오프라인 장보기 채널의 약세가 이어지는 반면, 쇼핑을 넘어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의 수요가 높아지면서다.
이 때문에 신세계, 롯데쇼핑 등 주요 유통사들은 복합쇼핑몰 중심 출점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신세계 등 주요 유통사가 향후 출점을 계획 중인 복합쇼핑몰은 10여곳이다. 현재 운영 중인 복합쇼핑몰과 맞먹는 숫자의 매장이 전국 곳곳에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인 셈이다.
가장 적극적인 건 신세계다. 대표 복합쇼핑몰로 거듭난 '스타필드' 운영사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창원(2028년), 스타필드 청라(2028년),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2030년) 등의 출점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지역 특성이나 상권에 맞춘 형태의 모델들도 내놓고 있다. 서울 종로에 '스타필드 애비뉴 그랑서울'을 지난달 말 선보인 데 이어 내달에는 경기도 파주 운정에 '스타필드 빌리지' 1호점을 추가로 오픈한다. 여기에 가양·진주·대전 등에도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복합쇼핑몰인 '타임빌라스' 확장에 나선다. 인천 송도, 대구 수성, 서울 상암, 전북 전주 등 4곳에 신규 매장을 열고, 군산·광주 수완·동부산·김해 등 기존 점포를 타임빌라스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런 복합쇼핑몰을 세우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총 7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유통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경쟁적으로 복합쇼핑몰 확보에 나선 건 최근 소비 패턴과 맞물려 있다. 단순히 구매하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던 소비자들이 쇼핑에 여가를 결합한 경험형 소비를 추구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이는 대형마트의 부진과도 맞물려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영업시간 등 상대적으로 강력한 규제에 묶여 있지만, 복합쇼핑몰은 해당 법안을 적용받지 않는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황금기를 누리던 대형마트가 이런 규제 등으로 경쟁력이 악화하자 신성장동력으로 복합쇼핑몰을 점찍은 것이다.
이런 흐름은 올해 3분기 이마트 실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기간 연결기준 이마트 영업이익은 15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6% 증가했다. 이마트 별도 영업이익은 1135억원으로 7.6% 줄었지만, 신세계프라퍼티 영업이익은 395억원으로 740.4% 뛰며 대형마트 부문의 실적 악화를 방어한 '구원투수' 역할을 해냈다.
또 복합쇼핑몰에 계열사 역량을 총집결할 수 있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스타필드 대부분에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가 입점해있다. 타임빌라스도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콘텐츠를 도입해 쇼핑몰을 '멀티 콤플렉스'로 개발한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복합쇼핑몰밖에 없다고 여겨지고 있다"며 "유통사들의 포트폴리오도 점차 변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몰 등을 둘러싼 전반적인 유통지형도 큰 변동이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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