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HLB사이언스 품었다…"R&D·지배구조 통합 시너지"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HLB가 HLB사이언스를 흡수합병하며, 그간 분산돼 있던 경영 프로세스와 연구개발(R&D) 역량을 통합해 사업 효율성을 높인다. HLB사이언스가 미국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인 패혈증 신약 파이프라인을 HLB의 자회사 엘레바의 노하우를 활용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추진됐다. HLB는 지난 9월 이사회를 열고 HLB사이언스와의 합병을 결의했으며, 합병 비율은 1대 0.0446318이다. 합병에 따라 발행되는 신주는 79만6312주로, HLB 전체 발행주식 수의 약 0.6%에 해당한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HLB가 되고, HLB사이언스는 해산된다. 공식 출범일은 내달 31일, 합병 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합병안은 최근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승인됐다. 전체 보통주 발행주식의 71.40%에 해당하는 주주가 참석했으며, 참석 주주 99%가 합병안에 찬성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금의 상한선 등 해지 조건이 설정되지 않아 합병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흡수합병은 지난 8월 HLB가 HLB생명과학과의 합병을 추진하다 무산된 이후 재추진된 것이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금이 기준을 초과해 합병이 중단됐으나, HLB는 신약 개발 사업 통합을 통해 재무 건전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다.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판권과 수익권을 일원화해 상업화 추진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도 있었다.

HLB사이언스와의 흡수합병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HLB그룹은 올해 6월 기준 상장사 11개, 비상장사 49개 등 60여 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간 HLB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외형 확장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복잡해진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셈이다.

지배구조 개선은 이미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돼왔다. 지난해 12월 HLB이노베이션이 미국 CAR-T(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개발사 베리스모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HLB제약이 신화어드밴스를, HLB제넥스가 뇌질환 치료제 개발사 HLB뉴로토브를 각각 자회사로 편입했다.

HLB 측은 지배구조 개편이 진양곤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신약 파이프라인과 판권을 한데 모아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HLB이노베이션, HLB제약, HLB제넥스 등 그룹 계열사 6곳이 올해 3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HLB그룹은 HLB와 HLB글로벌 두 축으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진 회장의 개인 지분은 각각 7%, 5%대에 그친다.

HLB사이언스와의 합병 시너지도 기대된다. HLB사이언스는 펩타이드 기반 신약 개발 기업으로, 감염성 질환과 신경 질환 영역을 연구해왔다. 현재는 패혈증·슈퍼박테리아 치료 후보물질 'DD-S052P'의 미국 1b/2상 허가를 앞두고 있다. HLB에는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을 임상 3상 단계까지 진척시킨 미국 자회사 엘레바가 있다.

이 후보물질은 항생제 투여로 그람음성균이 사멸할 때 방출되는 내독소(endotoxin)에 중점을 뒀다. 내독소는 인체 내 과도한 면역반응을 유발해 패혈증 등 치명적 상태로 이어질 수 있는데, DD-S052P는 이를 조절해 면역 과반응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그람음성균은 대장균, 녹농균 등으로, 세포 외막에 있는 세균이다.

HLB 관계자는 "HLB사이언스와의 통합으로 항암제 중심의 파이프라인을 패혈증, 대사질환, 면역질환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R&D 범위와 수준을 모두 끌어올리게 됐다"며 "조직 간 기능 중복이 해소되면서 비용 구조가 효율화되고, 전반적으로 프로세스가 일원화되며 경영 효율성도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