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톡신 두고 3년여 옥신각신"⋯'국가핵심기술' 맞나?


"공정 까다로운 지적 자산⋯해제 안돼" vs "수출 저해⋯해제 필요"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보툴리눔톡신(이하 톡신)을 국가핵심기술로 계속 지정하는 것이 맞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커지고 있다. 2010년 처음 지정된 이후 기술 보호 취지와 달리 행정적 부담이 커지고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3년 넘게 지속되면서다. 그러나 톡신 특성상 신경독소를 활용하고 공정 기술이 영업기밀로 다뤄지기 때문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보툴리눔톡신 시술 관련 이미지. 사진은 기사에 언급된 업체와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보툴리눔톡신 시술 관련 이미지. 사진은 기사에 언급된 업체와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주름 개선에 쓰이는 톡신…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이유

보툴리눔톡신(Botulinum toxin)은 '보툴리눔균'이라는 박테리아에서 생성되는 신경독소의 일종이다. 이 박테리아는 톡신을 생성하는 주 원인균으로, 신경과 근육 간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기전을 갖추고 있다. 단 1g만으로도 수백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독소 물질이다.

톡신은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의 방출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신경 세포의 'SNAP-25' 단백질을 분해함으로써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차단하는데, 이로 인해 근육의 수축이 억제된다. 이런 특성을 기반으로 톡신은 미용·의료 분야에서 주로 주름 개선, 근육 경련 개선, 땀 과다 분비 치료 등 다양한 용도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톡신은 미국 제약사 앨러간이 개발한 '보톡스'라는 상표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산업적 가치를 지닌 물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휴젤의 '보툴렉스', 대웅제약의 '나보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이 대표적인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톡신의 생물테러 악용 우려와 산업적 가치를 고려, 2010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이에 톡신의 균주 확보부터 배양, 정제, 제제화 등 전 과정 기술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 보호법)'에 따라 보호된다. 2016년 2차 개정 고시에서는 '균주 포함' 문구가 추가됐다.

식약처 등록 톡신만 20종 이상…"더이상 고난이도 기술 아냐"

업계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톡신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에 지속적으로 해제 요청해왔지만, 3년째 표류 상태다. 산업부 전문위원회 심의 단계에 상정되지 못하면서다. 국가핵심기술 해제 절차는 안건 상정, 전문위원회 검토, 기술보호위원회 심의 순으로 이뤄지며, 전문위원회 검토가 사실상 최종 관문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 내부에서는 톡신 균주에 대한 특허권이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수의 기업이 이를 기반으로 톡신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있는데,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오히려 기업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유지되면 수출 시 정부의 까다로운 사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대관 업무나 외부 전문기관(CRO) 활용이 필수적인데, 창업 초기 벤처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정부가 지정 당시 제조 공정의 복잡성과 고난도 특성 등을 기준으로 삼았을 수 있지만, 현재의 고도화된 기술 환경과 산업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채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등록된 톡신 제품이 20종 이상인 상황에서 더 이상 고난이도 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잇따른다.

"톡신은 생물학 제제⋯고난이도 공정 기술 요구"

톡신 균주는 혐기성 세균으로 분류된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성장하기에, 산소가 있을 경우 생존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맹독성 신경독소까지 품고 있어 배양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톡신이 과도하게 생산되거나 변질되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톡신 생산량은 특정 온도와 산도, 영양소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제어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정제 기술도 매우 까다롭다. 톡신의 독소는 단백질 복합체 형태인데, 불순물 제거가 핵심이다. 톡신의 독소는 활성(LC)·결합(HC) 단백질이 결합해 아세틸콜린 방출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불순물 대부분은 생산 과정 중에 배양 배지의 잔여 물질 등에서 발생하기 쉽다고 한다. 불순물을 최소화하는 것도 균주 생산의 중요한 노하우라는 설명이다.

제제 기술 역시 고난이도다. 톡신은 열, 빛, 진동, 수분에 매우 민감해 이들 요소의 변화만으로도 활성과 효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분말 제형은 동결건조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동결건조 중 수분 제거 과정에서 톡신의 구조 변화나 변질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려면 정확한 온도 조절과 수분 관리가 필수적이다. 액상 제형의 경우 첨가물이나 보존제를 사용해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 조건 역시 특허처럼 철저히 영업비밀에 부쳐진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톡신은 단순한 화학 제제가 아니라 고난이도의 생물학적 제제"라며 "균주 확보부터 독소 추출·정제, 제형 안정화, 품질 관리 등 복합적인 고도의 기술로 관리되므로, 지적 자산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톡신 기업들이 동일한 균주를 사용한다고 해서 공정 기술이 흔해졌다고 평가하지만, 균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각 기업이 사용하는 균주가 상업적 이용에 적합하도록 고도화됐는지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톡신 두고 3년여 옥신각신"⋯'국가핵심기술' 맞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