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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의 질문과답] 누리호 성공…현장 취재의 불편한 진실


발사대 잘 보이는 연구동엔 국회의원, 발사대 안 보이는 산 너머엔 기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기자들은 좋겠다. 누리호 발사 현장에서 역사적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으니. 고흥 나로우주센터 현장에서 직접 누리호 발사를 보면 그 느낌이 매우 다를 것 같다. 어떤지 궁금하다”

답: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기자들도 나로우주센터까지는 출입하는데 누리호 발사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다. 발사대와 나로우주센터 기자실이 마련된 프레스센터는 높은 산이 가로막고 있다. 발사대가 보이지 않는다. 기자들도 현장에서 TV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했다. 27일 진행된 누리호 4차 발사는 매우 순조로웠다. 1차 때 실패하고, 2~3차 발사 때 문제점이 발견돼 몇 차례 연기했던 것과 달리 이번 4차 발사는 기존 발사 시각에서 18분 정도 연기된 것 말고는 모든 것이 ‘물 흐르듯’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1차에서 4차까지 모두 취재했던 경험으로 ‘이렇게 매끄럽고 순조롭게 진행되다니 놀랍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우리나라 우주기술이 성숙했다는 방증일 터이다. 누리호 4차 발사가 끝나고 많은 이들이 나에게 물어왔다. 국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누리호 발사 모습을 생생하게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올리던데 기자들은 우주청에서 전해주는 방송화면을 간접 전달하던데, 왜 그러냐는 것이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발사될 때마다 불거지는 문제 중 하나이다. 취재기자들은 늘 발사대를 직접 볼 수 있는 연구동에 들어가 생생하게 국민에게 관련 보도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주문한다. 매번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누리호 발사 모습. 연구동 창문을 통해 발사대를 직접 볼 수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누리호 발사 모습. 연구동 창문을 통해 발사대를 직접 볼 수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취재 기자들은 발사 전날,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도착한다. 나로우주센터에 기자실인 프레스센터가 마련된다. 문제는 프레스센터가 발사대가 보이지 않는 산 너머에 있다는 것이다.

프레스센터와 발사대 사이에 높은 산이 가로막고 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생생하게 현장의 모습을 전달해야 하는 기자들도 누리호가 발사된 몇 초 뒤 산 너머에서 누리호가 올라오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반면 국회의원과 지자체 단체장들은 발사대가 보이는 연구동에 들어갈 수 있다. 연구동의 넓은 창문을 통해 누리호가 발사되는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현장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해야 하는 기자들은 연구동에 들어갈 수 없다. 취재 기자가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할 수 없을 바에야 굳이 고흥까지 왜 가느냐는 판단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장 취재를 하지 않는 매체도 있다. TV 생중계로 보면 되는데, 현장에까지 가서 TV로 중계되는 것을 굳이 취재할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발사대를 직접 볼 수 있는 연구동에 기자가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이른바 ‘VIP 연관설’이다. 언제 VIP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발사업무와 관련된 한 관계자는 “VIP가 올지, 안 올지 몇 시간 전에 알려주는데 만약 VIP가 오면 보안 등을 위해 경호처가 연구동을 싹 비우라고 한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아예 연구동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은 예외라는 것이다.

경호처가 경호 문제 등으로 취재 기자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불거진 문제라는 거다.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에도 VIP가 올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오지는 않았는데.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누리호 발사 모습. 연구동 창문을 통해 발사대를 직접 볼 수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나로우주센터 기자실에서 본 누리호 발사. 발사 몇초 뒤 산너머에서 올라오는 누리호를 볼 수 있다.

이재명정부는 ‘국민의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국을 누비면서 국민과 직접 만나는 ‘타운홀미팅’을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여전히 구태의연한 보안 등의 기준을 들이대면서 취재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이 없지 않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발사 성공과 실패했을 때 공식 브리핑에서 ‘불편한 서열과 질서’의 문제이다.

이번에도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한 이후 27일 오전 2시 40분 공식 브리핑이 있었다. 순서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이상철 한국한공우주연구원장이 차례로 브리핑했다. 이른바 서열에 따른 것이었다.

물론 브리핑 전에 우주항공청 관계자가 배경훈 부총리는 ‘격려의 말씀’을 하는 것이고 우주청장이 공식 성공 브리핑을 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우주청 측은 “배경훈 부총리가 ‘격려의 말씀’을 전달한 뒤 우주청장이 공식 성공 발사 브리핑하고 항우연 원장이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누리호 4차 발사를 성공으로 이끈 주인공은 그동안 땀을 흘린 연구원들인데 공식 성공 브리핑은 서열이 아니라 실무 책임자가 먼저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지적을 한다. 상식적 지적이다.

실무 책임자가 가장 먼저 공식 브리핑을 하고 이어 장관과 청장이 '말씀'을 이어가는 게 보기에도 좋다. 여전히 그렇지 못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의 발사체 신뢰도를 높인 것은 물론 민간으로 우주개발이 전환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던지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 역사적 순간에 여전히 권력 중심적 사고방식에 빠진 우리의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우주기술이 뉴스페이스로 급속히 전환하는 만큼 우리의 생각과 판단도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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