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신세계에 이어 롯데까지 신상필벌 원칙에 따른 고강도 인적 쇄신에 나서면서 유통가도 체질 개선의 신호탄을 쐈다. 롯데그룹은 부회장단 전원 용퇴와 최고경영자(CEO) 교체라는 초강수 인사를 단행하며 리더십을 전면 교체했다.
성과와 혁신을 기반으로 한 이번 인사는 단순한 조직개편을 넘어, 과거와 다른 방식의 리더십으로 조직의 체질부터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

롯데그룹은 27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20여명의 CEO를 교체하고, 부회장단 4명 전원이 새 리더십으로 교체를 위해 용퇴했다.
새 리더십에는 실무형 인재가 배치됐다. 재무 전문가인 고정욱 전 롯데지주 사장과 경영혁신실장으로 혁신을 주도해 온 노준형 롯데지주 사장이 공동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유통과 건설, 화학 등 주요 계열사에는 미래 성과 창출이 기대되는 인재들을 새롭게 배치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는 젊은 조직으로 재탄생 했다. 60대 이상 임원은 절반 이상이 퇴임하며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신임 임원은 81명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체질 개선을 위해 지난 9년간 유지한 사업 총괄 체제도 폐지했다. 롯데는 지난 2022년부터 헤드쿼터(HQ·HeadQuarter) 체제를 도입해 유관 계열사의 공동 전략을 수립하고 시너지를 도모해 왔다. 앞으로는 공동 전략이 아닌 각 계열사에 자율성을 부여해 책임경영을 강화한다.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 유연한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다.
바꿔 말하면 책임경영이 강화돼 성과주의가 강해졌단 의미기도 하다. 이는 롯데와 유통업계 양대산맥인 신세계와도 결을 같이 한다. 신세계 그룹은 10월 26일 정유경 회장과 정용진 회장 모두 성과 위주의 '신상필벌' 원칙을 그룹에 각인시키며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했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에선 세대교체를 강화하고,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계열에선 글로벌 전략과 디지털 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총 7개 계열사 CEO가 교체됐고,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지마켓 신임 대표에는 1980년대 리더가 선임되며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이를 통해 신세계는 '젊고 역동적인 신세계'라는 새 방향성을 명확히 했고, 롯데는 '젊고 혁신적인 롯데'라는 메시지를 조직 전반에 새겼다.
유통 공룡이 인적 쇄신으로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유통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리더십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유통업을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그룹 차원의 전략방향과 의사결정 속도까지 바꾸면서 향후 유통업 구조를 비롯해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후계 구도 변화가 불러올 차기 리더십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정유경 회장과 정용진 회장이 각각 신세계와 이마트를 중심으로 새 리더십을 보여준 것처럼,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역할이 확대되며, 경영 전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공동대표 및 전략컨트롤 조직 총괄로서, 그룹 신사업의 양대 축인 바이오 및 미래 전략 전반을 총괄하며 존재감을 강화했다.
롯데 그룹 다른 관계자는 "신유열 대표는 앞으로 그룹 전반의 비즈니스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할 것"이라면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신속한 변화를 통해 실행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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