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로드러너'는 최근 배달업계에서 가장 논란의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힙니다. 로드러너는 배달의민족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개발한 AI 기반 배차 시스템입니다. 배달서비스 소비자들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플랫폼 효율화 기제라고 볼 수 있는데, 공급자와 소비자를 잇는 라이더들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배민이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배차 시스템 '배민커넥트'가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콜을 수락해 배달하는 구조라면, 로드러너에선 라이더들이 사전에 등록한 일정에 따라 AI가 자동 배차한 배달 건을 수행합니다. 특정 시간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8단계 등급제를 적용하고, 등급이 높은 라이더가 좋은 시간대를 우선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배달 라이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2b1b05b0233673.jpg)
로드러너라는 명칭이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건, 배민이 기존 배민커넥트에 이어 배차 시스템 변경을 시도하고 나선 이후부터입니다. 배민은 지난 4월 들어 경기 화성시 및 오산시 일대에서 로드러너를 시범운영하며 데이터를 쌓고 있습니다.
왜 잘 이용하고 있던 배민커넥트를 바꾸려는 걸까요. 장기적으로 배달 품질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변화라는 것이 배민 측 설명입니다. 로드러너가 도입되면 수요와 공급을 예측해 라이더가 특정 시간과 장소에 몰리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이더들이 거리가 멀고 난도가 높은 배달건을 가려 받는 일도 미연에 방지됩니다. 자연히 배차 지연 등이 줄어들겠죠.
![배달 라이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c6e8ebd9c36f2b.jpg)
배민은 장기적으로 라이더들의 수익도 함께 우상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범운영 과정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도 나왔습니다. 시범운영 지역인 화성시에서 주평균 40시간 이상 전업으로 일하는 라이더들의 월 평균수입이 로드러너 도입 후 6개월 만에 29%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배민커넥트를 이용한 인근 도시(수원·평택·용인) 전업 라이더의 월 평균수입과 비교해도 화성시 라이더의 월 평균수입은 33% 높았습니다.
배민 측은 "기존 배달앱 대비 로드러너의 안정적인 배차와 운행동선 개선 효과로 라이더의 전체적인 배달효율성(동일 시간 대비 배차수, 운행동선, 조리대기 감소 등)이 향상되고 전반적인 라이더 수익이 향상됐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배달 라이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1982abe321480.jpg)
그런데도 라이더들은 로드러너 도입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5일에는 로드러너 도입에 반대하는 일부 라이더와 음식점주들이 배민 본사 앞에서 투쟁 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설령 로드러너 도입이 수익 확대를 불러온다 해도 결사반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 중입니다.
라이더의 자율성이 침해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배민커넥트 하에서는 라이더가 원하는 주문을 수락하거나 거절할 수 있고, 근무시간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로드러너가 도입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로드러너는 △계획대비 실제 운행시간 △배달 건수 △수락률 등을 따져 라이더들의 등급을 나누기에 원하는 시간대에 만족할 만한 수익을 거두려면 사실상 고용노동자처럼 일해야 한다는 것이 라이더들의 주장입니다.
4대보험과 각종 수당, 퇴직금 등이 없는 특수고용노동자인 라이더를 강제로 플랫폼에 묶어두는 꼴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등급을 나누는 구체적인 산정 기준도 공개하지 않아 불공정 구조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라이더들만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일부 음식점주들은 로드러너 도입 후 매출이 줄었다고 호소합니다. 시범지역에서 배민이 사전 고지 없이 일부 음식점의 주문 접수 반경을 축소하는 '거리 제한'을 설정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이 때문에 매장 노출이 줄어 매출이 감소했다는 주장입니다. 거리 제한과 로드러너는 시스템상 무관하고 사실이 아니라고 배민 측은 설명하지만, 생존권이 달린 점주들은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배달 라이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4ab7787305315b.jpg)
배민 노조는 로드러너 도입이 확대되면 기존 배민커넥트 개발 인력들이 해고되고, 로드너러 사용 명목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에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앞서 요기요는 과거 DH가 운영하던 시절인 2023년 한 해에만 1187억원을 로드러너 사용 수수료로 지급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선 배민이 로드러너를 본격 도입할 경우 수천억원의 수수료를 DH에 지급할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배민이 로드러너 도입을 추진하려면,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 같습니다. 로드러너는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서 80만명 이상의 라이더가 사용 중인 시스템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저런 잡음이 터져나오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배민 역시 지난달 제주지역 로드러너 시범사업 도입을 보류하고 한발 물러선 상태입니다. 그리고 시범 도입 과정에서 라이더 및 라이더노동조합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시 의견을 나누며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의견을 반영해 △지도 정확도 향상 △앱 편의성 개선 △휴식 및 안전운행 지원책 △실시간 제보센터 운영 등을 개선하기도 했습니다.
배달앱, 라이더, 점주 등 배달시장의 핵심 운영주체들이 모두 수긍할 만한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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