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상법 개정을 통해 마련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실효성 있게 진행되려면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 대한 세부 규정을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세부 규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배주주에 의한 일반 주주의 권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변호사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법개정과 기업의 대응방안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변호사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법개정과 기업의 대응방안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해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한얼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c78e4f8d96774.jpg)
지난 7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골자로 한 1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 지난 8월 '집중투표제'가 중심이 된 2차 상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여당은 특히 자사주의 경우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소각하도록 하는 3차 상법 개정안까지 연내 처리할 계획이다.
모두 지배주주로부터 일반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천 변호사는 "회사는 영리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전체 주주의 이익을 도모해야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실 누구도 이견을 낼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의 회사 실무는 전체 주주보다 특정 지배주주를 위한 쪽으로 의사결정이 많이 이루어져 왔다"고 말했다.
천 변호사는 특히 인수합병(M&A) 과정의 문제를 짚었다.
그는 "M&A 관련 국내에서는 '우호적 M&A'와 '적대적 M&A'란 표현으로 경영자 중심의 편향된 시각이 굳어져 있다"고 지적하며 "해외에서는 '우호적 M&A'대신 '협의된 인수', '적대적 M&A' 대신 '비동의 인수'란 중립적 용어가 사용된다"고 말했다.
용어를 바꾸면 M&A에 대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협의된 인수'는 기본적으로 주주 간 거래인데 이사진이 어디까지 개입을 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라며 "지배주주가 고가로 지분을 매각하고 일부 일반 주주만 혜택을 받는 경우라면 이사회가 실사 협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전체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 변호사는 "지배주주는 통상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기보다 일반주주가 시장에서 디스카운트된 가격으로 거래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시가의 100~150% 수준에서 거래되는 프리미엄은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왜곡되고 있다는 뜻으로 결국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원인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지배주주가 인수자와 사적 계약을 통해 높은 가격에 지분을 넘기고, 이후 회사가 인수자에게 신주를 시가 수준에서 발행해 인수자의 평균 취득가를 낮추는 경우가 있다"며 "사적 매매는 계약 당사자 간 일이라고 하더라도 신주 발행은 이사회가 관여하는 행위인 만큼 주주평등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분명히 했다.
천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과 '이사회의 명확한 행동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일정 지분 이상 취득 시 공개매수를 의무화해 일반주주에게 동일한 가격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며 "이사회의 충실의무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공개매수 상황에서 이사회가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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