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허서홍 대표 체제 1년을 맞은 GS리테일의 색깔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른바 돈이 안 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주력 사업은 더욱 밀어주는 분위기다. 허 대표가 취임 직후 내세운 '내실경영 강화'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여전히 편의점 의존도가 높고, 사업별 실적 편차가 커 신성장동력 찾기가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 GS리테일은 본격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경영 효율성과 민첩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GS리테일은 지난달 26일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편의점과 슈퍼 사업의 실행력 향상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허 대표 취임 1년 만에 이뤄진 첫 조직개편으로,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눈에 띄는 점은 기존 2개 BU(Business Unit) 체제에서 편의점·슈퍼·홈쇼핑 등 3개 BU와 1개 SU(Support Unit)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하나로 묶여 있던 편의점사업부와 수퍼사업부를 각각 독립 BU로 격상했다. 이는 주력 사업을 별도 조직으로 보고, 책임과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두 사업의 지원 기능을 총괄하는 플랫폼SU를 신설하고, 산하에 MD본부, 마케팅부문, O4O(온·오프라인 연계) 부문 등을 편제해 시너지·전문성 강화에 나선다. GS리테일은 배달 플랫폼 3사와 모두 제휴한 최초 유통기업으로 이름을 올리는 등 O4O 역량 강화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핵심 사업을 더욱 키우고, 운영 기준도 명확히 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 대표는 취임 후 본업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번 개편은 회사의 성적과도 맞물려 있다. GS리테일은 올해 상반기 내수 경기 침체 등 여파로 다소 부진한 흐름이었으나 3분기에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3조2054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편의점 부문에서 매출 2조4485억과 영업이익 85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 16.7% 늘었다.
허 대표의 주력 사업 강화 전략이 하반기 들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번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본원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익성을 갉아먹는 사업들은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반려동물 플랫폼 어바웃펫에 대여한 200억원 채무를 전액 면제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매각을 위한 재무 정리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8년 야심 차게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어바웃펫은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기업형 농업회사 '퍼스프'의 사업도 종료했다. 2021년 지분 90%를 인수한 지 4년여 만이다. 퍼스프는 신선식품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재료 생산·가공·유통 등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는 취지의 사업이었으나 한 번도 순이익을 내지 못했다.
GS리테일은 줄곧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이곳저곳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투자 대비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남은 신사업은 지분을 보유한 배달앱 요기요, 푸드 콘텐츠 기업 쿠캣, 반려동물 스타트업 펫프렌즈 등이다. 요기요와 쿠캣의 실적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펫프렌즈는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억원을 기록했으나 규모가 크지 않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베트남 응우엔 황 뚜엉 손킴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네번째)과 양사 관계자들이 GS25 HA TRUNG(하트렁)점 오픈식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GS25]](https://image.inews24.com/v1/6200b29e7e3ff6.jpg)
이에 당분간 신사업 투자보다 본업에 집중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핵심 사업의 본질인 오프라인 유통 업황이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의존도 역시 높아 중장기적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3분 기준 편의점 부문의 실적은 전체 매출의 76%, 전체 영업이익의 77%를 차지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고물가와 고환율로 인한 소비 변화, 유통 업태 간 경쟁 심화, AI 기술 발전 가속화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특히 주력 사업 중심의 BU 체제 전환은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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