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서울 청계천변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이 정치권의 견제에 이어 각종 논란까지 얽히고설키면서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운4구역 토지 일부를 소유한 한호건설은 급기야 매각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세운4구역 개발의 장기 표류와 함께 토지주들의 부담 가중 등의 여파가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호건설은 세운4구역 내 보유 토지 3135.8㎡, 약 950평 일체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 시행자인 SH공사에 토지를 매수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호건설이 매각하려는 땅은 세운4구역 민간 보유 토지의 30% 수준이다. SH공사의 매입이 어려운 경우에는 민간의 일반사업자 등에게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호건설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여당과 정부의 잇단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경관에 대한 우려와 공개적인 반대목소리에 이어 개발이익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호건설 관계자는 "세운4구역 개발이 정상적으로 추진돼도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계속 4구역 토지를 보유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을 야기할 것을 우려했다"며 "더 이상 정쟁에 거론되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정쟁의 촉매제는 초고층 개발을 허용해준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세운4구역의 높이 계획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에 들어서는 건물 최고 높이는 당초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변경됐다. 세운4구역은 북쪽으로 종묘, 남쪽으로는 청계천과 연접해있다.

정부와 여권에서는 고시 전후로 한국의 첫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앞 재개발 지역에 초고층 건물을 지어 경관을 훼손한다는 주장을 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잇따라 현장을 방문하며 이 문제를 부각하기도 했다. 결국 국가유산청은 초고층 건물이 종묘 경관을 해칠 수 있다며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 평가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서울시는 세운4구역의 개발이 지연돼 있 낙후된 도심 기능 회복과 녹지 공간 확보를 위해 초고층 건물로 개발이 필요하다는 명분이다. 세운4구역 토지주들도 목소리를 냈다. 고층 건물이 밀집한 선정릉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토지주들은 "선정릉으로부터 약 250m 지점에는 포스코센터빌딩(151m)과 DB금융센터빌딩(154m)가 있고, 약 500~600m 지점에는 초고층빌딩인 무역센터빌딩(227m)가 있다"며 종묘 정전에서 600m 이상 떨어진 세운4구역 재개발을 반대할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더욱이 세운4구역 개발의 당위성을 피력해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에 휘말려 기소되는 등 정치적 동력마저 약해질 리스크까지 짊어지게 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업가 김한정 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에 개발사업 추진 10여년 만에 겨우 진척을 보인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은 착공도 못한 채 또다시 표류하는 처지가 될 공산이 커졌다.
앞서 세운4구역에 대해 서울시는 2009년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주변 8개 구역을 통합 개발한다는 재정비촉진계획 대상지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체제의 서울시는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2019년에도 을지로 노포와 도심 생태계 보존을 위해 세운지구 재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개발 동력이 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이 다시 취임한 이후 서울시는 세운4구역에 대규모 녹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를 거쳐 지난해 8월에서야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바 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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