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저출산으로 국내 우유 시장이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미국·유럽연합(EU)산 멸균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되면서 유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033년에는 호주, 2034년에는 뉴질랜드산 멸균우유까지 무관세로 전환돼 업계는 새로운 생존 전략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외 멸균우유는 국산 생우유 대비 가격이 절반 수준이면서도 유통기한이 길다. 그동안 맛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카페·음식점의 사용이 늘며 수요가 확대됐다. 일반 소비자들도 가격 비교를 하며 멸균우유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양 측면에서도 멸균 과정에서 일부 비타민과 유익균이 줄 수는 있으나, 단백질·지방·칼슘 등 주요 성분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소비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내년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낙농선진국의 멸균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된다. 이에 따라 수입 물량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우유업계 상황은 이미 녹록지 않다. 우유 수요는 줄고 있지만 원유 가격과 물류비·인건비 등 주요 비용이 모두 오르고 있어서다.
업계 1위 서울우유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1조307억원, 영업이익은 62.5% 줄어든 61억원에 그쳤다.
매일유업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9168억원으로 3.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54억원으로 33% 감소했다.
흰우유 소비량도 감소하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013년 27.7㎏에서 지난해 25.3㎏으로 줄었다. 반면 외국산 멸균우유 수입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우유 소비에서 수입 멸균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지만 업계는 이 비중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외국산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8년 4291톤(t)에서 2019년 1만484t으로 급증한 뒤 지난해에는 4만8699t을 기록했다.
국산 우유는 구조적으로 해외 멸균우유와 가격 경쟁이 어렵다. 사료비의 40~50%를 수입에 의존하는 등 원가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유업계는 프리미엄 우유와 비(非)우유 사업 확대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4월 프리미엄 'A2+우유'를 처음 선보인 후 우유의 고급화에 힘주고 있다.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200만개를 돌파했으며, 올해 9월에는 8250만개를 넘어섰다. A2 단백질 유전형질을 가진 젖소에서 생산한 원유만 사용해 체세포수·세균수 1등급의 고품질을 앞세웠다.
매일유업은 영양제 '셀렉스'와 귀리음료 '어메이징 오트', 식물성 음료 '아몬드 브리즈' 등 비우유 제품의 판매 비중을 키우고 있다. 균형영양식(환자식) 전문 브랜드 '메디웰'을 통해 당뇨 환자와 고단백 영양 보충이 필요한 소비자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캔디 시장 1위 브랜드 '너즈'(NERDS)의 국내 독점 유통계약을 체결했다. 중식당 '크리스탈 제이드',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키친 일뽀르노', 샤브샤브 전문점 '샤브식당 상하' 등으로 외식 사업 확장도 병행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유업계 시장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트렌드에 맞는 제품 출시로 브랜드 경쟁력 강화, 소비자 접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원유 소비 확대를 위해 락토프리, 고단백, 저지방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군을 지속 선보이고 있으며,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저당, 제로 슈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발효유와 단백질 음료 등 기능성을 강화한 제품을 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관세가 점차 내려가긴 했지만 내년부턴 아예 무관세로 바뀌기 때문에 해외 멸균우유 물량은 더 늘어나면서 가격은 더 내려갈 것"이라며 "국산 우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프리미엄 우유를 강조하거나 비우유 제품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