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오후 9시 15분께 홍콩 주민들이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 인근에서 화재가 진압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5.11.28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623f1b97ef136.jpg)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홍콩 고층 아파트 대형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아파트도 유사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홍콩 화재의 인명 피해가 늘어난 이유가 실내 가연물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볼 때, 현행법상 한국 아파트가 방염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미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의원은 방염효과성 실험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방염처리 가구와 비방염 가구의 실화재 실험에서, 방염처리 가구(방염 합판)는 착화가 지연되고 연소 속도도 절반 이하로 감소했으며 최고 온도는 80.2℃에 머물렀다.
반면, 비방염 가구(일반 합판)는 4분 만에 착화했고, 5분 만에 화재가 급격히 확산되는 플래시오버(772.4℃)에 도달했다. 특히 호흡 한계선을 기준으로 보면 방염처리 공간은 7분대 최고 온도 42.3℃였지만 비방염 공간은 6분대에 89.2℃를 기록해 대피 가능 시간에서 결정적 차이가 발생했다.
박 의원은 "주방 가구에 방염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따라 생존 가능성이 완전히 갈린다"며 "이런데도 아파트가 방염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제도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30조를 보면 방염 대상 시설에서 아파트는 빠져 있다. 주거자는 피난 경로를 알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30년 전 기준이다. 이 규정을 두고 그동안 현장은 물론 학계에서도 고령자·영유아 등 취약 대피층 증가, 야간 화재 비율 확대, 고정형 가구의 가연성 증가 등 현실과는 완전히 괴리돼 있다는 우려가 계속돼 왔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홍콩 화재는 실내 마감재와 가구류의 높은 가연성 때문에 60~180초 만에 플래시오버가 발생하고, 시야 제로 상태와 독성 연기에 의한 질식 등으로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영삼 오산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이는 최근 한국 아파트 화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패턴"이라고 경고했다. 베란다 확장, 붙박이장 설치 증가, MDF·합판 사용 확대 등으로 실내 가연물량이 급격히 늘었고, 고층화로 인해 연기 확산과 대피 지연은 더욱 치명적이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법을 개정해 아파트를 방염 대상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뿐만 아니라 실내 붙박이장 등 고정형 가구류에 방염 기준을 신속히 도입하고, 신축 및 리모델링 공동주택에 대해 방염 성능 확인·등록제를 마련해 입주 전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고령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실내 가구류의 방염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며 "방염 적용의 추가 비용은 전체 인테리어 비용의 1~3% 수준에 불과하지만, 아파트 대형 화재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만큼 비용 대비 효과는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26일(현지 시각)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건조한 날씨와 강풍 속에 43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홍콩 소방 당국은 이날 기준으로, 151명의 사망자를 낳고 30여명의 실종자를 남겼다고 발표했다. 현지 경찰은 3주 이내에 수색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