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목성으로 이동해볼게요. 옆에 보시면 화성도 있고요."
지난 1일 서울 명동 애플스토어 체험존을 방문해 애플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쓰고 가상 우주 공간을 여행했다.
애플은 지난달 28일 국내에 신형 '비전 프로'를 출시했다. 기존 M2 칩 기반 모델과 달리 이번 제품은 차세대 칩셋 M5가 탑재됐다. 국내 출고가는 499만원부터 시작하며 저장 용량은 256GB·512GB·1TB 등 세 가지다. 삼성전자가 구글과 함께 지난 10월 22일 출시한 헤드셋 '갤럭시 XR'(269만원)과 경쟁이 예상된다.
![애플이 지난달 28일 국내에 출시한 신형 '비전 프로'.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125fad5bdf4e1.jpg)
체험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능은 사진·영상 콘텐츠였다. 눈앞에 보라보라섬의 노을과 아이슬란드 해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고, 강아지가 3D로 살아 움직이는 장면이 생생하게 재현됐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360도로 공간이 이어지면서, 실제 공간 안으로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줬다.
![애플이 지난달 28일 국내에 출시한 신형 '비전 프로'.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431a49da54ae4.jpg)
신형 모델의 외관에는 '듀얼 니트 밴드'가 새롭게 추가됐다. 이전에는 밴드 하나만 제공했지만, 새 모델은 정수리와 뒤통수를 동시에 잡아주는 방식으로 바뀌며 착용감이 개선됐다. 무게는 800g대지만, 실제 착용 시 무겁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체험은 '페이스 ID 등록'과 비슷한 얼굴 스캔으로 시작됐다. 고개를 상·하·좌·우로 돌리면 기기가 얼굴 윤곽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비전 프로는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시선으로 선택하고 손 제스처로 실행하는 '공간 컴퓨터'다. 시선을 둔 앱이나 버튼에 자동으로 포커스가 맞고, 엄지와 검지를 가볍게 맞대는 동작으로 실행된다. 손을 높이 들 필요 없이 무릎 위에서도 자연스러운 동작이 모두 인식됐다.
![애플이 지난달 28일 국내에 출시한 신형 '비전 프로'.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9f7d43b18a786.jpg)
기본 내장 앱으로는 '사파리', '사진', '음악', '메시지' 등이 제공된다. 아이클라우드 덕분에 아이폰(iPhone)과 아이패드(iPad), 맥(Mac)과 동기화할 수 있다. 다만 넷플릭스나 유튜브는 아직 독립 앱으로을 제공하지 않아 사파리 브라우저로 접속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위캔드 공연도 눈앞에서...영화관 자리 이동까지"
애플TV 앱에서 제공하는 '시네마 환경'을 선택하면 가상 영화관에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좌석은 1열·중간열·뒷열 등 위치를 선택해 원하는 관람 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
![애플이 지난달 28일 국내에 출시한 신형 '비전 프로'.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36dc7167e4a2c0.jpg)
'애플 이머시브 비디오'(Apple Immersive Video)도 감상했다. 이 영상은 8K 화질로 180도로 움직이는 3D 포맷으로, 애플이 직접 촬영·제작한 콘텐츠다. 피사체의 거리감과 깊이가 정교하게 표현돼 공연장이나 현장 한가운데 선 듯한 몰입감을 준다.
가수 위캔드가 코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오픈 하츠(Open Hearts)' 영상은 특히 실감났다. 미국프로농구(NBA) 경기 영상에서는 농구공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해 실제로 몸이 움찔할 정도였다. 2차 세계대전 잠수함 사고를 다룬 '서브머지드(Submerged)' 영상도 높은 현실감을 전달했다.
"문서 작업은 '맥 가상 디스플레이'로"
비전 프로는 맥(Mac)과 연동되는 가상 디스플레이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비전 프로 내 가상 키보드로 긴 문서를 빠르게 입력하기는 어려워, 맥·키보드·트랙패드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여러 창을 동시에 띄우는 것은 물론, 표준·울트라·와이드 울트라 모드 중 원하는 화면 비율을 선택해 작업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애플이 지난달 28일 국내에 출시한 신형 '비전 프로'.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4938e22b90ecd.gif)
문서 작업은 직접 체험하지 않았지만, 체험 담당자는 "문서 작업할 때는 실제 모니터보다 넓게 화면이 펼쳐지고, 맥북과 연동하면 기존 키보드·트랙패드를 그대로 쓸 수 있어 작업이 훨씬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불가리·포르쉐도 쓴다"...실제 구매층은 기업 고객
애플의 신형 비전 프로의 가격은 500만원대다. 체험 공간에서는 방문객들이 기기를 즐겁게 사용했지만, 실제 구매는 기업 고객 비중이 높다는 설명이다.
신형 모델은 M5 칩 탑재로 영상 처리 속도가 30% 이상 개선됐고, 이전 세대에서 보고되던 일부 앱 구동 지연도 줄었다는 것이 체험 직원의 설명이다. GPU 코어마다 탑재된 뉴럴 엔진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기능도 강화됐다.
체험 담당자는 "불가리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는 매장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공간을 3D로 보여주는 데 쓰고, 포르쉐나 현대차는 설계 부품을 엔지니어링 단계에서 미리 검토하는 용도로 쓴다"고 말했다.
명동이라는 위치 특성상 방문객은 20~30대 직장인이 많았다. 체험을 마친 뒤 "너무 생생해서 무서울 정도"라고 말하자, 담당자는 "실제로 놀라시는 분이 많다"며 웃었다.
비전 프로 vs 갤럭시 XR...가성비는 삼성, 몰입감은 애플
삼성·구글의 '갤럭시 XR'은 545g대의 비교적 가벼운 무게와 컨트롤러 기반 조작 방식을 앞세워 대중적인 XR 경험을 제공한다. 유튜브 VR과 구글 생태계 앱 등 익숙한 콘텐츠 접근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애플 '비전 프로'는 750~800g대 무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적용된 듀얼 니트 밴드로 착용감을 개선했다. 여기에 시선으로 선택하고 손 제스처로 실행하는 인터페이스, 8K 180도 3D 이머시브 비디오, 가상 공간 기반의 작업 환경 등을 통해 정교함과 높은 몰입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몰입감과 영상 품질을 중시하는 이용자라면 비전 프로가, 가성비를 중시한다면 갤럭시 XR이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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