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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1년] ③'계엄 옹호' 친윤 부활…'강경 외길' 장동혁, 마이웨이


'우클릭' 국힘, '반성 없는 단합'·'대여 강공 모드'
'계엄 반대' 한동훈 축출…찬탄파, '배신자' 취급
'대선 승리' 전국 정당, '위헌정당'으로 내몰릴 판
"40%대 대선 득표율로는 영남·강원 얻고 전멸"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2024년 12월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18명 뿐이었다.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권력 오·남용을 사전에 파악하고 견제할 책무가 있던 '여당' 국민의힘은 그러지 못했다. 비상계엄 사태 수습 조차도 주저했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졌다. 결국 국민의힘은 정권탈환 3년이 채 안 돼 정권을 다시 더불어민주당에 내줬고, 이제는 '보수 궤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까지 내몰렸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탄핵 반대' 당론 고수, '尹 파면' 이어 '대선 패배'

지난해 12월 14일, 국회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진행했다. 일주일 전 1차 표결에서 안철수·김상욱·김예지 의원 3인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이 불참해 거센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있던 때였다.

2차 표결은 당 의원 108인 전원이 참여했다. 그러나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 주도로 '탄핵 반대' 당론이 유지됐다. 표결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선 다수파였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탄핵 찬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한동훈 당시 대표를 향해 물병까지 던져가며 입을 틀어막았다.

비상계엄 직후 이른바 '찬탄(탄핵 찬성)파' 김상욱 의원(현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표결 직전 권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탄핵 찬성할 사람 있느냐'고 묻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고, 이어서 권 원내대표가 '보이콧할 필요 없이 들어가서 반대하고 오자'고 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찬성 204표'로 탄핵안이 가결됐다. 최소 12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당시 당 다수파는 이른바 '유력 용의자'로 보이는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배신자'로 규정하며 공세에 나섰고, 최고위원들의 줄사퇴 끝에 한 대표 역시 축출됐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넉 달 만에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을 파면시켰고, 이후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각종 사법리스크를 안고 뛴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완패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정권 유지를 위해 힘썼던 국민의힘에 대한 법적·정치적 심판이 모두 내려진 셈이다.

국민의힘 주류는 여전히 친윤계가 차지하고 있다. 당내 찬탄(탄핵 찬성)파들은 현재까지도 당내에서 '배신자' 취급을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및 파면으로 한 때 지리멸렬 했던 친윤계는 탄핵안 가결 이후 1년 간 꾸준히 응집력을 회복해왔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의 1년 [사진=조은수 기자]

민심 외면한 전당대회…'반탄 선명성 대결'서 장동혁 승리

비상계엄 선포 8개월 만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벗고 들어선 정식 지도부에 거는 당 안팎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전당대회 때부터 극우 표심에 기대는 듯한 행보로 우려를 샀던 장동혁 대표는 취임 100일 동안 반전 없이 '강경 외길'만 고수하며 당을 되려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계엄 옹호 이미지를 벗는 것이 당 재정비의 첫 과제지만 지도부 구성 자체가 그와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전당대회에 앞서 당심과 민심을 각각 80%와 20%씩 반영하는 현행 본경선 룰을 민심 반영 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지만 당시 황우여 비대위는 '현행 유지'를 택했다.

표면상 이유는 '룰 안정성'이었지만, 정치권에선 '찬탄파' 재부상을 차단하려는 주류 반탄파의 방어막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출마를 고심하던 한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결국 '질 게 뻔한 게임'이라는 생각으로 불출마를 택하면서, 전당대회 결선은 장동혁 대 김문수, 두 후보간의 '반탄 선명성' 대결로 치닫는 촌극도 펼쳐졌다.

장 대표는 전한길씨 등 극우 인사들과 손잡았던 전당대회 당시의 행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취임 후에도 강경파 최고위원들과 함께 당을 더욱 오른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당연직 최고위원 7명 중 송언석 원내대표와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 등 4명이 대표적 당권파로 꼽히며 장 대표의 '반성 없는 단합'·'대여 강공 모드'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여기에 '재선 당대표'인 장 대표를 뒷받침해야 할 중진 의원들 상당수가 TK(대구·경북) 출신인 탓에 민심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여론이 요구해온 '극우세력과의 절연'은 번번이 뒤로 밀렸고, 장 대표는 비상계엄 1년이자 취임 100일인 3일 결국 "계엄은 의회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며 사과는커녕 불법 비상계엄을 두둔하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았다.

이를 반영하듯 장 대표 취임 이후 대미 관세 협상 장기화, 대장동 항소 포기 등 여권 악재가 잇따랐음에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은 민주당에 20%포인트가량 뒤지는 박스권에 갇혀 있고, 특히 전국선거에서의 승리를 판가름하는 중도층에서는 그 차이가 더 심하게 벌어졌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지도부', 강성 지지층과 '정치적 공동체'

장 대표를 포함한 주류가 비상계엄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을 1년간 미루고 있는 핵심 이유는 결국 차기 총선 공천을 위한 '정치적 셈법'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은 비례대표를 제외한 대다수가 영남권·강남3구"라며 "이 지역 표심 밑바탕이 '강성 보수'인 만큼, 자기들 재선에만 눈이 가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장 대표에 대해서도 "수도권·중도층을 중심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게 정답이지만, 이는 곧 당내 극우 인사들의 완전한 배제를 의미한다"며 "이 경우 장 대표를 당대표로 만들어 준 강성 지지층들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고 정치적 생명 역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단기적으로 현역 의원들의 '개인 생존'에는 유리할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의힘의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관론이 당내에서도 팽배하다. 여권 악재에 따른 반사이익조차 살리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지방선거마저 패할 경우 국민의힘의 '전국정당'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여권이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시도할 경우 실제 당 존립마저 걱정하게 될 수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을 기반에 둔 한 당 고위 인사는 통화에서 "물론 비판은 따르겠지만, 이를 감수하고 이제는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할 시점이고 지도부가 결단을 해야 한다"며 "당이 재창당 수준의 새로움이 보이지 않으면 정말 우리가 다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내 쇄신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 역시 당내 대표적 반탄·당권파인 김민수 최고위원을 향해 "상식선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이미 극우세력이 당에 다 붙었는데 뭘 더 뭉치자는 것이냐. 지도부 노력 덕에 강성 지지층은 말 안 해도 결집해 있는 상황"이라며 "대선과 같은 40% 남짓 득표율로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영남권에 잘 쳐야 강원까지 얻고 전멸일텐데, 지도부가 그 이후 계획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2022년 7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윤리위원회 회의실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당 정상화 관건은 '합리적 보수'와의 연대

당 안팎에서는 민심을 외면한 채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당내 지형을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또 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첫 시험대는 이른바 '합리적 보수세력'과의 연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시·도지사 재선을 준비하는 이들을 중심으로는 당이 내부의 한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당 바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보수 빅텐트'를 하루 빨리 꾸려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중앙당은 지선 전략 밑그림을 짜고 있는 총괄기획단장 나경원 의원을 중심으로 경선 당심 비중을 70%까지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며 흐름을 되레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최근 당원 우선 기조로 탄핵 정국 이후 선거에서 져 왔다면 전략을 수정해 국민을 중심으로 가야하지 않겠느냐"며 "당이 현 시점에서 너무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모두를 다 아우를 수 있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대해선 "현 시점에서 그와 함께하는 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확실하게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개혁신당 또한 민주당과 맞서 싸우는 당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그들의 말을 당연히, 보다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현재 우리 당 당원 구성이 국민이 보기에 어떨지 지도부가 근본적으로 고민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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