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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1년] ①3년만에 정권 탈환…'6월 지선', 당정 역학관계 변화 분기점


'12·3 비상계엄'으로 조기 대선…'내란 종식'·'실용 외교' 강조
AI·엔드 이니셔티브 등 '국정 철학' 뚜렷…'권력 분산' 조직 개편
'비상계엄 후폭풍' 극복…전문가 "국정 운영 100점 만점에 85점"
내년 6월 지방선거 정권 '중간 평가'…당정 관계 변화 분수령

12·3 비상계엄 1년, 한국 정치는 정권 교체를 넘어 판이 바뀌었다. 이재명 정부와 집권 여당은 "내란 청산"과 "국가 정상화"를 기치로 나란히 달리면서도, 속도와 셈법을 둘러싼 미묘한 긴장 속에 '미래 권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제1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함께 한때 숨죽였던 친윤계가 당 주류로 전면 복귀하며 '강경 보수론' 안에 갇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내년 지방선거가 진보·보수 진영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이뉴스24는 12·3 비상계엄 1년을 복기하고 요동치는 한국 정치 지형을 짚어봤다.[편집자]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3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3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문장원 기자]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 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요지를 낭독하자,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던 정국은 6월 조기 대선 국면으로 빨려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23일 후인 4월 27일,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를 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고 정권 교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순식간에 집권 여당 지위를 잃어버린 국민의힘은 '자중지란'과 '지리멸렬'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국회에서 '비상계엄 사태' 사과를 끝까지 거부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강성 보수층 지지를 업고 급부상했다. 후보들 중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이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결국 김 후보가 선출됐지만 단일화 협상을 두고 당 지도부와 충돌했다. 당 지도부는 이른바 '새벽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소집해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한 전 총리를 입당시켜 새 대통령 후보로 등록하는 '촌극'까지 보였다. 그러나 재선출 찬반을 묻는 당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김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치르는 대선에서 시대정신은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장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으로 표출됐다. 애초 '친윤반탄(친윤석열계· 탄핵 반대)' 세력의 대표주자로 대선판에 뛰어들었던 김 후보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탄핵의 강' 물줄기를 돌리는 데 실패했다. 대선 기간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대세를 이어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6월 3일 49.42% 득표율로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3 [사진=연합뉴스]
튀르키예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5일(현지시간) 앙카라 에센보아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환송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1.25 [사진=연합뉴스]

'내란 종식'·'실용 외교' 등…국가 정상화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내란 종식', '실용 외교' '민생 회복'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 정부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국민의 가장 큰 관심은 '내란 종식'에 있었다.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은 이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6월 5일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채 상병)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며 본격적인 내란 청산의 서막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닷새 뒤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확정·공포했다.

3대 특검과 별도로 정부 차원에서는 지난달 '헌법존중정부혁신 TF'을 출범시키며 비상계엄에 협력한 공직자들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섰다. 사실상 특검과 헌법존중 TF의 '투트랙'으로 내란 청산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으로 추락한 국가 신뢰도 회복과 정상 외교 복원 역시 이 대통령이 직면한 중요한 과제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12일 만에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9월 유엔총회, 10월과 11월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6개월간 다자외교 강행군을 펼치며 국제사회에 정상 국가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특히 APEC을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관세 협상을 매듭짓고, 30년 숙원인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의 첫발을 뗀 것은 큰 성과였다. 동시에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2016년 주한미군 사드 배치로 틀어졌던 양국 관계를 9년 만에 '전면 복원'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더욱이 미중 패권 갈등이 극심한 상황임에도 한국 자체 역량을 발판 삼아 이뤄낸 결과라는 점 역시 평가받을 만하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아이뉴스24'에 "한미동맹이 업그레이드되면 한중 관계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한중 관계도 한 단계 더 올라가는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에 한국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고, 우리의 전략적·지정학적 입지가 이전보다 훨씬 상승했다. 종합적으로 우리의 이런 장점이 결합돼 미국과 중국에 균형 있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3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연합뉴스]

'국정 철학' 충실한 조직 개편

대통령실 조직에도 국정 운영 방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기존 윤석열 정부의 3실장(대통령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 체제는 유지하되, 정책실 아래 재정기획보좌관과 AI(인공지능) 미래기획수석을 신설했다. 아울러 지난 정부에서 사라졌던 여성가족비서관을 성평등가족비서관으로 확대하고, 국정기록비서관을 복원했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인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담당할 해양수산비서관을 신설하고, 검찰과 사법부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할 수 있게 할 사법제도비서관을 설치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보통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소집하던 것과 달리, 예상되는 현안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예방 차원에서 소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최근 대북정책 방향을 놓고 NSC 내에서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 간 충돌이 외부로 알려진 점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부분이다. 대북 관계를 중시하는 '자주파'와 한미 동맹에 무게를 싣는 '동맹파' 간 불협화음은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밝힌 '엔드(END) 이니셔티브' 해석 차이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END) 이니셔티브'를 놓고 동맹파인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세 요소 사이에 우선순위는 없고 서로 추동하는 구조"라고 설명한 반면 '자주파'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세 가지 중에 맨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이 대화·교류다. 대화·교류 없이 어떤 일도 추진할 수 없다"며 생각의 차이를 분명히 드러냈다.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한 특별감찰관 임명은 지지부진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권력을 가진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권력은) 견제를 받는 게 좋다"며 "특별감찰관 임명을 지시해놨다"고 밝힌 바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8월19일 기자간담회에서 "절차가 지지부진한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진행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정부 출범 초기 강유정 대변인이 전담하던 대통령실 메신저 역할은 지난 9월 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김남준 제1부속실장을 대변인으로 임명하며 '투톱 체제'를 갖췄다. 대통령실은 표면적인 이유로 '국민 소통 강화'를 꼽았지만, 오랫동안 이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며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대변인이 자리를 옮긴 건 어는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이 대통령의 이른바 '내 사람 챙기기'는 취임 전 능력 위주의 인사를 천명하며 내세웠던 '측근 배제'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자신과 같은 '사법연수원 18기' 출신들을 주요 보직에 앉혔다.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 조원철 법제처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모두 이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들이다. 임명 닷새 만에 '부동산 차명 보유' 논란으로 사임한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도 마찬가지다.

정부 조직 개편은 '권력 분산'에 방점을 찍혔다. 기존 기획재정부는 예산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이관하고,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로 개편했다. 77년 만에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해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관련 기능을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했다.

국가 정상화의 또 다른 상징적 조치는 '청와대 복귀'다, 대통령실은 이번 달 내부 부서들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대통령 관저 이전을 마치며 윤석열 정부를 상징했던 '용산 시대'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3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 인근에 단풍이 물들어 있다. 2025.11.18 [사진=연합뉴스]

'계엄 극복' 넘어 '국가 대전환' 추진

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국가적 위기를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비상계엄의 후폭풍을 잘 극복했다 볼 수 있다"며 "우려했던 것에 비해 국정 운영은 비교적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100점 만점에 85점 정도"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 안정을 바탕으로 비상계엄을 넘어 집권 2년 차부터 민생 회복·경제성장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당면한 최대 과제를 '잠재성장률 반등'으로 보고고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6대 핵심 분야에서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반드시 반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내년이 본격적인 구조개혁을 통한 대한민국 국가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를 철저하고 속도감 있게 준비해야 되겠다"고 했다.

대통령 지지율도 취임 후 50%대 중반에서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내년 개혁 추진을 뒷받침할 긍정적인 요소다. 또 60%대의 탄탄한 중도층 지지율은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에 상당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존재한다. 올해 주요 개혁 추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불거진 여당과의 '엇박자'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검찰개혁, 재판중지법 등의 사안을 둘러싸고 당정 간 이견과 불협화음이 계속됐던 상황은 결국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이른바 당정 갈등이 표출될 때마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제동을 걸어왔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강성 지지층에게 경도될 경우 상황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이종훈 평론가는 "당정 갈등이 더 격해질지 적당한 선에서 균형을 잡고 나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강성 지지층에만 의지하면 안 된다. 이 대통령이 얼마나 용인할지 또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얼마나 자제할지에 달린 문제"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3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12.2 [사진=연합뉴스]

'6월 지방선거'…당정 역학관계 변동 불가피

내년 6월 지방선거는 특히 대통령실과 여당 내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대통령 집권 2년차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가 내려질 수밖에 없어 대통령실 내 체급이 높은 참모들의 '차출론'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서울시장 또는 충남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고, 최근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서 두각을 드러낸 김용범 정책실장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전남지사 후보에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이 대통령의 대선 출마로 현재 공석인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는 김남준 대변인은 이 대통령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과의 역학관계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청래 체제'에서 지방선거를 승리하게 되면 정 대표는 확고한 당내 입지를 바탕으로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당의 무게추가 정 대표에게 기울면서 이미 위험 수위에 오른 '명청 갈등'이 더 격화될 수 있다. 정 대표의 임기가 9개월 남은 시점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의 '당 대표 출마설'이 꾸준히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김민석 체제'로 정권 초기 여권발 악재 요인을 제거하고 중도층 지지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대통령실과 당 사이에 적당한 이견과 견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지금 '명청 갈등'은 위험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며 "친명과 찐명 간 갈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권 핵심부 간 파열음이 나온다는 것은 향후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장원 기자(moon334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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